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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책임·무소신·무기강 “3무 팽배”(공직사회 이래도 되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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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책임·무소신·무기강 “3무 팽배”(공직사회 이래도 되나:1)

입력
1992.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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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안한다/출·퇴근등 시간관념도 무너져/업무 낮잠 “30분 일더하기” 무색/“레임덕 현상” 생색·눈치보기 급급공직사회가 표류하고 있다. 6공말기에 접어들면서 공직사회 전체가 무책임 무소신 무사안일주의에 빠져 정권교체기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병을 앓고 있다. 일을 하지 않고 했다하면 시행착오를 범하기 일쑤이며 느슨해진 기강을 틈타 부패가 만연되고 「다음」을 예비한 정실인사가 횡행하고 있다. 이 나라의 경제발전을 이끌었던 공무원들이 이제는 오히려 건강한 발전을 가로막는 역기능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사회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다시 공직사회의 바로서기를 위해 현재의 문제점과 제언을 시리즈로 엮는다.

공무원들이 맥을 놓고 있다.

적극적으로 일감을 찾고 밤잠을 잊고 밀어붙이던 예전 모습의 공무원들은 이제 찾기 힘들고 당연히 해야할 통상업무조차 제때 제대로 처리하지 않는 일이 잦다.

6공 출범과 함께 공무원 사회에서도 권위주의가 비판을 받게되면서 공무원들의 기강이 눈에 띄게 해이해졌다는 지적이 자주 제기돼왔으나 요즘은 내부에서 조차 「도에 지나치다」는 우려의 소리가 높다.

정권 교체기의 어수선한 사회분위기속에서 국가운영의 단단한 버팀목이 돼야할 공무원들의 기강이 풀릴대로 풀려 도리어 전반적인 사회기강의 해이를 선도하는 꼴이 되고 있다. 한치 앞을 가늠할 수 없는 정국변화기를 적당히 넘기자는 보신주의,무사안일과 눈치보기가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팽배해 있다.

꼼꼼하게 업무를 챙기거나 채근하는 상사가 없으니 하위직원들도 성실하게 일을 하지 않는다.

지난 20일 하오 서울 A동 사무소 의료보험 창구 앞에서는 4∼5명의 주민이 담당직원을 기다리다 지쳐 불만을 터뜨리고 있었다.

창구에는 「구의료보험조합 대표의 이·취임식 관계로 오전근무만 하오니 양지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메모가 놓여있었다. 주민들이 이·취임식행사가 이튿날인 것을 알고 『왜 벌써부터 자리를 비우느냐』고 항의하자 동사무소 직원들은 『담당자가 조합에서 파견된 임시직원이라 우리도 이름을 모르니 우리한테 불평하지 말라』고 핀잔을 주었다.

공무원사회의 한 상징이었던 정확한 시간관념도 무너진지 오래다.

상오 9시30분이 넘도록 사무실마다 아직 출근치 않은 빈 자리가 눈에 띄고 점심시간은 2∼3시간으로 길어졌다. 일선 경찰서에서는 상오 11시부터 하오 2∼3시까지 웬만한 간부직원들을 만나보기 힘들 정도이다.

요란한 생색과 함께 시작된 「30분 일 더하기 운동」은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었다.

하오 6시면 대부분의 공무원들이 일손을 놓고 명목상 퇴근시간인 6시30분까지 빈둥빈둥 잡담을 하거나 바둑을 두고 신변잡담으로 때운다.

노건일 교통부장관이 최근 간부회의에서 『승용차 10부제와 교통사고 줄이기운동의 주무부처가 어디냐. 동자부 등 다른 곳을 주무부처로 아는 사람이 많더라』며 『적극적으로 정책을 개발하라』고 질타한 것은 최근 공무원사회의 한단면을 말해주는 것이다.

▲골치아픈 일 안하기 ▲새로운 일 안하기 ▲시키는 일만 생색내기가 요즘 공무원들 사이에 농담식으로 떠도는 「3대 업무지침」이다.

「세상 어떻게 변할 지 모르는데 원망살 일 할 것 없다」는 자세때문에 각종 단속업무도 지지부진,생활주변에 유해환경이 다시 늘어나고 화급한 국가정책마저 차일피일 기약없이 미루어지고 있다.

최근 작고한 전 문교부장관 최규남 박사는 공무원들에 대해 늘 이런 말을 했었다. 『장관은 흐르는 물과 같고 여러분은 물밑에 깔린 차돌의 존재입니다. 차돌이 부동의 자세로 안정되면 언제나 맑고 깨끗한 물이 흐르게 됩니다. 먼저 국가·사회를 생각하고 맨 나중에 나를 생각하십시오』

그 「부동의 차돌」이 이제는 드물고 차돌이 되려고 애쓰는 사람도 찾기가 어려워졌다.<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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