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후보들 “원천무효” 공세 태세/침체한 경제재건 여부도 큰 짐/사상 최소 25% 득표율… “혼란 계속땐 쿠데타”설 파다사상 최악의 선거폭력속에 치러진 필리핀 대통령선거 개표가 50%를 넘어서면서 현 아키노 대통령의 지지를 업은 피델 라모스 후보(64)의 당선이 확실시되고 있다.
그러나 예상대로 30%를 못넘는 득표율 외에도 투개표과정에서의 부정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어 과연 그가 정통성을 인정받고 정국을 수습해 나갈 수 있을지는 예측불허의 상황이다.
마닐라 등 대도시에서 지식인,학생 등의 압도적 지지로 초반 선두를 유지했던 산티아고를 비롯한 다른 후보들이 일제히 「선거 원천무효」를 주장하고 있어 벌써부터 필리핀 정가에는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차기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되고 있는 라모스는 마르코스시절 군참모총장을 지냈으며 아키노 정부에서도 국방장관을 지낸 군출신 정치인. 판이한 두 정권에서 실세자리를 유지할 만큼 두뇌와 적응력을 보이고 있다.
28년 마닐라 북쪽 링가옌의 명문가에서 태어났으며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사촌이기도 한 그는 50년 미국으로 유학,미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뒤 귀국,72년 국립경찰대장에 임명되는 등 출세가도를 달려왔다.
이어 마르코스 집권 말기에 발생한 반란에 재빨리 가담,마르코스 독재를 종식시킨 86년 민중혁명의 성공에 결정적으로 도움을 줌으로써 「피플파워」의 상속자임을 자처하고 있다.
이후 아키노 집권기간동안 7차례 발생한 쿠데타를 진압함으로써 아키노의 절대적인 신임 속에서 국방장관을 지내고 「후계자」지명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한때 경찰총수직에 있으면서 민주인사 투옥 등 인권탄압에 앞장선 그의 과거 전력은 치명적인 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필리핀 국민의 85%를 차지하는 가톨릭신자의 정신적 지도자 하이메 신 추기경은 이번 선거 직전 『과거 마르코스시절 거들먹거렸던 인물에게 표를 찍어서는 안된다』고 말해 라모스의 득표에 큰 타격을 입힌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라모스가 차기 대통령이 되는 경우,무엇보다 최대의 관심사는 그가 침체된 경제를 재건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국민의 열화같은 지지속에서 취임한 아키노 대통령 집권기간동안에도 경제성장율이 마이너스로 떨어져 불만이 높으며 다른 아세안국가들이 빠른 성장에 초조감을 느끼고 있다.
국민들의 이런 반감은 이번 선거에서 주요 대도시에서 라모스 후보가 많은 득표를 얻는데 실패한데서도 드러났다.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GNP)은 7백25달러로 아시아 최하위의 수준.
또 도농간 성장 불균형으로 농촌 및 도서지역 등 낙후지역은 여전히 신 인민군이 준동하는 근거지가 되고 있다.
이번 라모스 후보는 필리핀 대통령선거 사상 최소인 25% 안팎의 득표율을 기록함으로써 과감하게 경제개혁을 추진할 강력한 정부의 출범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또 그는 지난해 말 집권당내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번 선거에 출마한 미트라 후보에게 패배했으나 여권내의 많은 반발을 무릅쓰고 아키노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로 대권에 도전하게 된 만큼 분열된 여권을 봉합하는 문제도 큰 짐이 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필리핀 선관위는 21일 투·개표 부정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발표,정국혼미는 계속될 전망이다.
물론 그가 군장성출신이고 군부내 반란세력의 힘도 약화돼 있긴 하지만 선거부정 시비와 이에 따른 정국혼란이 계속될 경우 혼란방지를 구실로 쿠데타와 대규모 시민저항이 야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현지 소식통들은 아키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오는 6월30일까지 대통령선거 승자가 가려지지 않을 경우 헌정위기가 도래하고 군부가 개입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지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따라서 그가 고질적인 선거부정의 후유증과 정국혼란을 극복하고 선거공약처럼 「안정속의 개혁」을 추진할 수 있을지 현재로서는 극히 회의적이다.<조상욱기자>조상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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