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계파 이해상충속 막바지 줄다리기/“너무 양보” 불쾌감불구 절충의지/신민계/이 대표는 「버티기」·일부선 타협론/민주계▷신민계◁
신민계는 모양새 있는 전당대회를 위해 그동안 무리한 양보를 계속해 왔다고 주장하면서 「민주계가 해도 너무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대중대표는 21일 아침 조승형 비서실과 권노갑의원으로부터 민주계의 요구사항을 보고받은 뒤 『양보할 것은 다했는데 더이상 무엇을 요구하는지 모르겠다』면서 『도대체 알 수 없는 사람들』이라고 불쾌한 반응을 감추지 않았다.
신민계는 마지막 걸림돌로 등장한 대통령후보와 최고위원 동시선거문제에 대해서는 조 실장과 민주계의 이석용 비서실장 사이에 동시선거가 이미 합의되었다는 사실을 들어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이를 약속위반으로까지 몰아불일 태세이다. 두 비서실장은 지난 16일 당무회의 추천케이스 대의원 3백명을 5대 5로 하기로 하고 대통령후보와 최고위원을 동시에 선거키로 합의한뒤 합의서 문안까지 작성한 바 있다.
신민계는 이와 함께 자유경선임에도 불구하고 무리한 방법을 동원해 민주계의 최고위원지분 4명을 지켜주기 위해 고심하고 있고 김 대표로서는 매우 하기 힘든 얘기인 「대선결과와 관계없이 당무 2선으로 물러나겠다」는 약속까지 했다는 점을 들어 최대의 양보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야권통합의 계파지분이 6대 4임에도 불구하고 당무위원 추천케이스 대의원지분을 상당부분 양보했다는 점도 곁들이고 있다.
신민계는 어떤 경우에도 이번 전당대회가 모양새 좋게 불상사없이 끝나야 한다는 점을 강박관념에 가깝게 의식하고 있기 때문에 민주계와의 절충에 계속해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전당대회 수순의 경우는 최고위원을 먼저 뽑고 나중에 후보를 선출할 경우 최고위원 선거결과에 대한 후유증이 후보경선에 이어져 경우에 따라서는 대회의 전체 모양새가 일그러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최고위원후보 경선에 불참하거나 더 나아가 물리적 사용을 불사하는 반발까지를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신민계의 한 중진은 『마음만 먹으면 몇십명의 난동꾼이 대회 자체를 절름발이로 만들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하고 있다.
여기에는 꼭 불상사까지는 아니더라도 최고위원선거를 먼저할 경우 김 대표의 득표율이 다소 떨어질 것이라는 계산도 깔려 있음은 물론이다.
신민계는 민주계가 22일 정오를 협상시한으로 통보해옴에 따라 민주계와의 막후절충을 계속하되 여의치 않을 경우 김이 두 대표 담판을 통해 최종 결론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 대표의 민주계 장악력이 취약한데다 지나친 양보를 계속한다는 신민계 내부의 불만이 만만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특히 9명이 출마의사를 표명해 이미 지난주부터 치열한 득표전을 계속하고 있는 신민계의 최고위원 경선자들은 민주계 최고위원 4명의 당선을 인위적으로 보장해 주려는 김 대표의 복안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신민계의 한 최고위원 경선자는 『당내 민주주의와 완전한 자유경선을 앞장서 주장했던게 바로 민주계 아니었느냐』면서 『만일 민주계가 계속해 무리한 요구를 해오고 김 대표가 후보경선의 모양새만을 생각해 양보를 거듭할 경우 당내 민주화를 위해서도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와 함께 신민계 의원들도 『언제까지나 나눠먹기를 할 것이냐』면서 『대선을 염두에 두는 김 대표의 포석도 좋지만 불합리한 요구는 당연히 시정되어야 한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신민계를 절대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김 대표는 전당대회의 모양새 있는 마무리를 위해 무리를 해서라도 민주계를 포용하겠다는 확고한 의사를 굳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김 대표는 이번 대선이 그 어느 때보다 유리한 국면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취약지역 득표전략과 밀접한 함수관계에 있는 민주계의 입지를 더욱더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민주계와의 신경전이 막판에 가서 해결될 수 있다는게 신민계의 전반적인 관측이다.
▷민주계◁
민주계가 20일밤 무려 7시간의 마라톤회의 끝에 22일 정오를 시한으로 신민계 수락여부를 요구한 5개항의 요구중 핵심을 이루는 것은 「대통령후보·최고위원 분리선거」 주장이다.
민주계는 21일 새벽 최종 작성한 결의문에서 ▲폭력·협박사태의 진상 규명 및 처벌 ▲인위적 최고위원지분 보장 거부 ▲김대중대표의 분명한 대선이후 거취표명 ▲「기무사공작 개입」 운운과 관련한 해명 등과 함께 분리선거 주장을 들고 나오면서 『시한인 22일 정오까지 명백한 답변이 없을 경우 전당대회 불참 등 중대 결단도 불사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미 이기택대표가 『동시선거가 실시된다면 후보등록을 포기하겠다』고 여러차례 밝힌데 이어 21일 상오 신민계에 요구사항을 공식 전달하기 위해 당사에 들른 이석용 이 대표 비서실장도 『신민계가 끝내 거부한다면 전당대회는 반쪽대회가 될 수 밖에 없다』고 쐐기를 박았다.
민주계가 이 주장의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신민계측의 자유경선 정신부족」이다. 이 대표는 『굳이 최고위원선거를 대통령후보 선거와 동시에 하겠다는 것은 결국 최고위원선거에서 떨어지는 신민계 후보들의 반발로 이탈표가 발생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 아니냐』면서 『그런 억지이유로 상식을 깨뜨리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커다란 변수가 될 가능성도 없는 일부의 표이탈 가능성까지 철저히 차단해 놓고 하는 것이 무슨 경선이냐』 『그런 정신으로 전당대회에 임하다 보니 대의원 몇명이 걸린 시도지부대회를 사생결단 하듯이 치르는 것 아니냐』는 등의 얘기들이 20일의 민주계 모임에서 잇달아 터져나왔다.
이같은 주장을 한겹 뒤집으면 「최소한 신민계 내부의 이탈표라도 얻어내 지분 또는 그 이상의 득표력을 보일 수 있어야만 대선이후의 당내 입지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이 대표의 위기의식을 엿볼 수 있다.
민주계는 두 비서실장이 동시선거에 합의했기 때문에 이 문제는 끝난 얘기라는 신민계의 주장에 대해 『전당대회 준비위가 두 실장의 합의를 추인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므로 합의내용은 법적 효력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또 이미 합의가 끝난 당무회의 선출케이스 대의원 3백명의 경우도 선출시한을 넘겨 백지화돼 버렸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민주계가 신민계와의 신경전에 있어 가장 애를 먹는 것은 이 대표 등 계파지도부가 탈당불사를 호언하는 등 강경입장을 누그러 뜨리지 않고 있는 영남 원외 지구당 위원장 등의 목소리를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다 이 대표와 최고위원 경선자 및 원외 지구당 위원장들이 전당대회에 임하는 이해가 각각 다르다는 점도 문제이다.
즉,이 대표는 전당대회의 득표율을 높여야 자신의 향후 위상이 보장될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데 반해 최고위원 경선자들은 최고위원지분 4명이 지켜지느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런가하면 원외 지구당 위원장들은 15대의 차기선거에서 자신의 당선 가능성을 벌써부터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
심지어는 민주계 내부에서 조차 분리선거문제의 중요성에 대한 의견 집약이 안돼있는 상태이다.
오히려 「약속을 깨는 것은 신뢰파기」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노무현의원은 『김 대표 거취문제를 신민계에서 풀어버리고 나온 이상 더이상 겨냥할 것이 없어졌다』면서 『동시선거문제는 이 대표 때문에 돌출한 사항』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 이부영 최고위원은 『일단 합의해 합의서 사본까지 공개된 내용을 뒤집는 것은 명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이 대표가 어떤 단안을 내리느냐가 관건인데 민주계의 다수 견해는 전당대회는 어떻게 해서라도 치러져야 한다는 쪽인 것 같다.<이병규·황영식기자>이병규·황영식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