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5월인데 대낮은 벌써 성하이다. 모두가 정치인에 정신이 팔려있는 사이에 예고된 재난이 어느새 우리 문앞에 닥쳐와 있다. 80년대 이후 최악이 될 것이라는 올 여름 전력비상이 바로 그것이다. 무더위 한 여름에 전력예비율이 사상 최저인 2.5%로까지 떨어지게 되어 있다니 벌써부터 가슴이 조마조마해진다. 원자력발전소 1기만 고장나도 제한 송전을 해야할 다급한 형편이라니 모두가 이 시급한 발등의 불부터 끄는데 매달려야겠다.전력비상을 이겨내는데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을 뿐이다. 수요를 충족시킬 만큼 여유있게 발전을 하고,공급수준에 걸맞게 아껴쓰는 것이다. 그런데 전력원인 발전시설 설비는 엄청난 돈과 시간을 들여서야만 추가공급이 가능한데 수요증가가 너무나 예상을 웃돌아 난감하다는 것이 당국이나 한전측의 안이한 변명이다. 하지만 전력과 같은 에너지는 바로 나라의 힘이요 민생 그 자체인데 그런 막중한 수급조절의 대사에 차질을 빚어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발전능력개발에 한계가 있다해도 평소 장기적이고 다양한 절전정책의 개발과 시행으로 당연히 대처해왔어야 했다.
결국 이번과 같은 예고된 재난도 그 뒤치다꺼리는 또다시 수요자인 국민의 몫이 되고 만다. 당장 나라의 심장인 공장 등 산업시설이 가동을 멎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에어컨대신 선풍기 바람에 자족하고 집집마다 한 등씩이라도 꺼 이런 여름 한철의 고비를 넘겨야겠다. 아울러 무엇이건 아껴쓸줄 모르는 오늘의 세태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반성해야 한다. 불과 6년 동안에 가정전력사용이 두배로 뛰었고,GNP에 비례한 우리나라의 전력사용수준이 선진국보다 월등 높다면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다.
정부당국도 이같은 예고된 재난마저 대비 못하는 무능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겠다. 산업현장에서 에너지 절약 구조로의 개편과 절전제품개발을 독려한다던게 언제인데,아직도 우리 제품의 절전효율은 여전히 떨어지고 있는 대신 가전제품의 대형화와 건축경기 과열을 부추겨 이처럼 전력소비 증가만 초래해온게 아니었던가. 한번 정한 에너지 절약 정책은 철두철미 항구적으로 실시하고,그래도 못미치는 구석은 평소의 계몽과 교육을 통해서라도 재난을 막아내야 하는 것이다.
한전에서는 평택화전과 일조화전의 공기를 앞당기고 대형업소의 절전 독려,발전소 출력 증강으로 올 여름 전력예비율을 9.4%로 높이겠다고 말하고 있다고 한다. 단기간의 무리가 잘못되면 오히려 재난을 키울 수도 있기에 차질없는 대비가 아울러 중요하다. 결국 정부의 정책부재와 기업·가정의 무분별한 과소비가 올 여름 최악의 전력비상을 초래한 셈이다. 하지만 이런 재난도 지금 당장의 마음먹기에 달렸음도 사실이다. 전국의 각 가정에서 조금씩만 절전을 할 수 있다면 극복할 수 있다니,그렇게 해서라도 우선 고비를 넘기고 봐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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