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민선총리』 공약에 불만 촉발/태 민주화 시위 재발 배경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민선총리』 공약에 불만 촉발/태 민주화 시위 재발 배경

입력
1992.05.19 00:00
0 0

◎“군부정치 염증” 시민의식 높아져/중산층 대거참여… 진정 어려울듯【싱가포르=최해운특파원】 군부정치의 지속이냐,민주화냐.

지난 3월22일의 태국 총선이후 마주보고 달리는 2대의 열차로 비유되던 집권 군부세력과 민주진영간의 대립정국은 결국 유혈사태란 최악의 국면을 맞고 말았다.

18일 새벽 민선총리와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대에 군경이 발포,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유혈사태가 빚어졌고 군출신 수친다 크라프라윤 신임총리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번 반정부시위의 직접적인 촉발요인은 야당과 많은 국민이 바라는 민선총리가 아닌 군최고사령관 출신의 추친다 장군이 이러한 기대와 요구를 묵살한채 신임총리에 앉은데서 비롯됐다.

총선이후 민주화세력은 태국정치가 아무리 군부에 의해 장악되어 있다고 할지라도 문민정치의 첫 걸음으로 총리만은 군출신이 아닌 국민이 뽑은 의원 가운데서 선출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지난 총선에서 과반수의석 확보에 성공한 삼마키탐당 등 친군부 5개 정당은 「수순」대로 지난달 7일 수친다 장군을 총리에 임명,군복을 벗은 수친다가 총리에 취임했다.

지난해 2월 태국정치 사상 17번째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한 군부의 실체인 「국가평화유지위원회(NPKC)」는 지난해 말 이미 사실상 군부의 계속적인 정권장악을 보장하는 새로운 헌법개정을 완료했다.

이 신헌법은 NPKC가 총리뿐 아니라 상원의원 모두를 지명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군부의 합법적 집권을 담보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일 야당인 팔랑 다르마당 당수로 민주화운동의 기수로 등장한 잠롱 스리무앙 전 방콕시장이 수친다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며 단식에 들어감으로써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불붙게 된 것이다. 연일 수십만 군중이 시위에 가담하는 등 태국정국은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로 빠져들었다.

완강하게 사임을 거부하던 수친다는 반정부 시위사태가 심각하자 지난 9일 야당과 협상을 시도,총리는 민선의원 가운데 선출되어야 한다는 내용의 헌법개정에 합의함으로써 일단 위기를 모면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합의가 양측의 대립으로 아무런 진전이 없는 「공약」으로 변하자 다시 반정부 시위가 야기되고 유혈사태로 치닫고 말았다.

이번 사태의 촉발요인은 단순하게 민선이 아닌 군출신 총리 취임강행 때문으로 볼 수 있으나 그 근저에는 군부 정치를 거부하는 광범위한 국민적 저항이란 의미가 흐르고 있다.

이번 반정부 시위는 지난 73년 10월 유혈민중봉기로 군정을 무너뜨린지 거의 20년만에 야기된 최대의 반군정 시위이다.

최근 수년간 세계로부터 주목받을 정도로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한 태국은 이제는 더이상 군부가 정치에 개입하지 않은 정치발전이 이뤄져야 한다는 국민적 합의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군부는 쿠데타에 의한 집권당시 부정부패 척결과 사회안정을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이번 수친다 내각이 등용한 상당수 인사는 군부 스스로 부패정치인으로 분류한 인물일 정도로 존립명분은 갈수록 퇴색,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이번 반정부 시위의 특이한 현상은 「넥타이부대」로 불리는 수도 방콕의 중산층 시민이 대거 참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군정 종식을 외치며 지난 총선에 신당을 만들어 뛰어든 잠롱은 방콕의석 35석중 32석을 석권할 정도로 방콕 등 주요도시는 이미 반군부 민주화운동이란 급류에 휩쓸려 있다. 반정부시위는 각 지방으로 확산되고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정치분석가들은 군부 지지세력의 기반은 방콕시민의 10분의1 소득에도 못미치는 시골의 가난한 주민 뿐이며 지난 총선에서 수백만표가 매표에 의해 좌우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잃은 군부세력은 이번 사태를 쉽게 장악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로서 군부가 취할 수 있는 선택은 수친다가 사임하든지,아니면 계엄령을 선포하고 헌정을 중단,재선거를 실시하든지 두가지중 하나로 보여진다.

이러한 조치는 일단 시위사태의 한 고비를 넘기는데 유효할지 모르나 군부가 어떤 형태로든 정권장악을 시도하는 한 근본적으로 군정 종식을 요구하는 민주화세력 내지 국민들과의 충돌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번 사태는 군부의 정치적 약화나 후퇴란 결과를 가져오게 되고 그 자리는 현재 민주화의 기수로 대중적 인기를 모으고 있는 잠롱에 의해 메워지게 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