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인사회가 LA 폭동을 계기로 거듭 태어나고 있다.대부분의 한인교포는 4·29 폭동을 『흑백간의 고래싸움에 새우등이 터진격』으로 규정하면서도 한인사회가 폭동의 주요 표적이된 원인을 철저히 분석,대비하는 성숙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교포사회의 성숙된 면모를 여실히 보여준 곳은 지난 16일부터 이틀간 조지아주 아틀랜타에서 열린 미주 한인식품총연합회(KAGRO)의 정기총회. KAGRO측이 4·29 폭동의 참화를 딛고 재기하려는 교포사회의 여망을 반영,「자성의 시간」을 마련한 것이다.
이 자리에는 미국내 1만8천여명의 교포식품상을 대표하는 20여명의 한인 지도자가 모여 LA 폭동의 원인을 분석하고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들은 특히 이틀간의 회의를 마치면서 한·흑간의 관계개선을 위한 10개항의 「업무수칙」을 내놨는데 여기에는 싫든 좋든 흑인과 히스패닉 등을 상대로 장사를 해야하는 한인사회의 고민이 그대로 담겨져 있다.
『우리는 고객과 업주간에 이해를 돈독히 하기 위해 존경과 자긍심을 갖고 서로를 대한다』
『우리는 고객과의 시비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종업원에 대한 훈련을 강화하는 등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
『우리는 가급적 업소주변의 이웃을 종업원으로 고용함으로써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도모한다』
『우리는 매장에서나 전화를 받을때 될수 있는대로 영어를 사용하며 고객이 주로 쓰는 말을 배우고 사용한다』
모세의 10계명을 연상시키는 이같은 업무수칙 10개항에는 흑인 및 히스패닉에 대한 무시와 고용회피,지역사회 발전에 대한 무관심 등 한인사회의 병폐를 반성하고 떳떳한 미국인으로서 거듭나기 위한 의지가 담겨있다.
지난 65년 LA 폭동당시 피해자였던 유대인들은 그후 미련없이 흑인지역을 등졌다. 그들은 지금의 우리교포보다 경제적 기반이 훨씬 튼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당수의 한인교포는 이번 폭동의 진원지였던 사우스 센트럴 지역으로 되돌아갈 수 밖에 없는 처지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우리 교포에게 요구되는 건 권총이나 몽둥이가 아니다. 아직도 마음 한구석에 그대로 남아있는 「이민보따리」마저 풀고 그들의 돈줄인 소수민족과 흉금을 트는 노력을 계속하는 일이다.<아틀랜타에서>아틀랜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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