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관리 강력시행/인력난에 잦은 특검/수신금리 높은 격차/제2금융권 비대화/예대상계 계속 할당/지준과태료로 결정타/뭉칫돈 이탈 “속수무책”/“한은재무부 영역싸움에 새우등 꼴”『은행이 멍들고 있다』
시중은행의 일선 지점장들은 예금유치 활동이 벌어지는 현장에서 뭉칫돈들이 엉뚱한 곳으로 빠져나가는 모습을 하릴없이 목격하면서 이같이 한탄조로 입을 모으고 있다.
드높은 개방파고를 타고 들어오는 외국은행이나 단자사 등 국내의 다른 금융기관에 비해 자금·금리·인력 등 모든면에서 불리한 처지에 놓여 있는 은행들은 잦은 특별검사와 예상밖의 강력한 통화관리 등 각종 돌발변수까지 겹쳐 상처투성이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은행 경쟁력 향상이나 경영여건 개선을 선도적으로 외치는 금융당국이 실제로는 은행을 속으로 멍들게 하는 일들만 자꾸 만들어내고 있다.
은행들은 최근 통화당국의 과태료 부과로 결정타를 맞고 아직 그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거래기업들에 대한 일시적 운전자금 지원도 거의 끊긴 극한상황이 1개월여 지속되고 있다. 은행의 기본적인 업무인 지급준비금 채우기를 소홀히 한 책임을 과태료로 물린다해서 은행이 할말은 없다. 그러나 자금중개기능 역시 은행의 기본적인 업무인데 이 부분이 마비상태에 빠져있는 상황은 어떻게 할 것인가.
왜 은행만 집중적으로 통화관리를 받아야만 하느냐는 은행들의 하소연은 일리있는 문제제기이다. 제2금융권의 비중이 지난해말 현재 총유동성의 66.1%에 이르러 규모상으로 이미 금융시장의 주역이 돼 있는데 33.9%의 은행만이 통화당국의 세찬 회초리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왜소화는 갈수록 가속화되고 있다. 제2금융권은 고금리의 경쟁력있는 상품으로 과태료부과 등의 위험없이 영업기반을 더욱 확대해가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과태료를 부과한 통화당국의 의도를 잘 알고 있지만 뉴욕이나 런던 동경 등 해외의 현지 금융당국으로부터 소명자료 제출을 요구받는 등 은행 공신력에 큰 상처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지난해부터 1년이상이나 지속되고 있는 예대상계에도 시달리고 있다.
올들어서는 매월 3천억∼5천억원의 예대상계가 계속돼 일선 점포들은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의 고객예금을 대출과 상쇄시켰다. 지점장들은 『이제 예금계좌에서 돈을 꺼내 대출을 갚자고 고객에게 얘기하기가 겁난다』고 밝히고 있다.
예대상계는 당초 강제예금인 꺾기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였는데 장기화되면서 멀쩡한 예금도 꺼버려 예금자들이 『정 이러면 거래처를 옮기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수시로 빼쓸 수 있는 예금으로 일단 대출을 갚고나면 다시 대출받아 쓰기가 하늘의 별따기이기 때문에 거래자편에서 극구 반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이후 무려 5차례 특검을 받았다는 일선 지점장은 『정치자금화 여부를 캐기위한 수표추적조사가 진행되자 1억원대 이상의 고객들이 거래처를 외국은행 등으로 옮기겠다고 해 이를 막느라 혼났다』고 하소연했다. 은행감독원의 실무자조차도 『수표추적조사는 수사권을 가진 검찰이 할 일』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인사권 등 여러가지 면에서 정부에 약한 은행으로선 감수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금리는 기조적으로 은행자금 이탈을 가속시키고 있다. 은행예금 금리는 연 10∼14%로 단자사나 채권유통시장보다 2∼7%포인트가 낮다. 이같은 금리격차 상태에서의 예금유치 활동은 은행원들을 피곤에 절게 만들고 있다. 고상하고 다소 권위적이던 은행원상은 옛 말이다.
예금유치를 위해 발이 닳도록 뛰면서 금리보전책으로 1억원당 20만∼50만원을 별도 지급하는 사례도 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일선 지점장들이 2천만원 안팎의 빚을 진 사람들이 허다하다. 최근 은행원들 사이에서 가장 하기 싫은 직책은 「일선 지점장」이라고 한다.
대우 측면에서도 은행들의 사기는 말이 아니다. 시중은행의 군필대졸 초임이 61만원,연봉기준으로 단자·증권사는 이보다 50%가 많다. 이 상태에서 고급인력의 이탈과 사기저하의 나선형 악순환이 뚜렷한 대책없이 계속되고 있다.<홍선근기자>홍선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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