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중 정무수석 전화에 “이젠 늦었다”/거부 7명 “이 후보 따르겠다”·2명 “신중”17일 하오3시부터 시작된 기자회견에서 이종찬후보는 먼저 다소 상기된 목소리로 경선거부를 결심한 자신의 심경을 5분여동안 밝힌뒤 사전에 준비한 회견문을 낭독.
이 후보가 『이제까지 「내일이면 개선되겠지」하는 기대감으로 지내왔으나 지금와서 생각하니 내 희망은 철저히 외면당했다』면서 『이제는 최후의 결단을 내릴 순간이 됐다』고 서두를 꺼내자 회견장안은 일순간에 긴장감이 팽배.
이 후보는 이어 『선거운동 과정에서 선배 동지 당원 대의원 국민들이 보여준 호응과 격려는 귀중한 재산으로 가슴에 담아두겠다』며 『그러나 결코 보람없이 끝나지 않도록 또하나의 승리를 위해 나가겠다』고 토로.
이 후보는 회견문 낭독에 이어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가졌는데 경선거부이후 탈당 또는 대선출마 의사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아직은 무어라고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직답을 피했으나 『비록 전투는 잠시 중단하지만 결국 전쟁에서는 이길 것』이라고 말해 긍정적 반응.
이날 회견장에는 채 위원장이 이 후보와 함께 나와 선거대책본부의 향후 활동 방향 등을 설명했고 장경우 부본부장 최재욱대변인 이상하의원 유경현위원장과 이 후보의 장남 철우씨,당원 30여명이 배석,침통한 표정으로 회견을 지켜보기도.
이 후보는 기자회견이 끝난뒤 광화문 사무실로 돌아와 기다리고 있던 선거대책본부 간부 및 실무자 등 70여명에게 자신의 결심괴 배경을 설명.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지난달 18일 후보단일화이후 만1개월동안은 고난과 형극의 길이었다』고 회고하고 『집권자가 서열을 밀실에서 차례로 정해 자유경선이라는 위장된 틀속에 집어넣어 힙리화 시키려는 과정에서 나를 소도구로 전락시키려는 것에 단연코 거부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결연한 심정을 피력.
이 후보는 또 『이번에 비록 중도에 좌절해 전투에 차질이 빚어졌으나 나는 전쟁에서 이기는 길을 택하겠다』고 말해 향후 행보를 강력히 시사.
○…기자회견에 앞서 최종입장을 정리하기 위해 이날 낮 12시부터 롯데호텔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 회의는 내내 긴박한 분위기. 이날 회의가 긴장감을 더해가기 시작한 것은 회의시작 1시간여인 하오 1시께 김중권 청와대 정무수석이 전화를 걸어와 『오늘 하오 2시에 이춘구 사무총장 주재로 양측에서 김윤환 대표간사와 심명보 본부장이 만나 협의하자』고 제안하면서부터.
이에 대책위는 『어제부터 기다렸는데 회답요구 시한인 낮 12시를 넘긴 마당에 또다시 만나 협의를 시작하기에는 너무 시간이 없다』며 『먼저 이 후보의 거취문제부터 결정하자』는 쪽으로 급변.
이 후보는 이에따라 대책위원들 앞에서 경선거부 선언의 불가피성 등 자신의 결심을 밝힌뒤 채문식 선거대책위원장의 주재로 대책위원들이 돌아가며 이에 대한 의견을 개진.
이 자리에서 박태준 채문식 윤길중 심명보 박철언 김용환 양창식위원 등 7명은 『이 후보의 결단을 소중히 알고 따르겠다』며 찬성의 의사를 밝혔고 이한동 박준병위원 등은 『경선거부보다는 끝까지 참여,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반대의사를 밝혔다는 것.
이에따라 대책위는 하오 3시께 회의를 일단 중단하고 이 후보와 채 위원장이 롯데호텔 3층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 나와 20여분간에 걸쳐 경선거부의 입장을 밝힌뒤 하오 3시20분부터 다시 회의를 속개.
○…이날 회견이 끝난뒤 장경우 부본부장은 전날밤부터 이날 낮까지 김중권 정무수석과 오간 마지막 전화접촉 내용을 상세히 공개.
장 부본부장은 전날 이 후보의 청와대 면담이 끝난후 김 수석에게 전화를 걸어 이 후보 진영에서 보는 「경선의 불공정 여건」을 설명했고,이에 김 수석이 『팩시밀리를 통해 정확히 알려달라』고 했다는 것.
이에 이 후보측은 ▲17일 상오중 대통령의 엄정중립 자세를 대변인을 통해 발표할 것 ▲김 후보 추대위 및 서명의 무효를 선언하고 추대위 명의의 활동을 즉각 중지할 것 ▲김윤환 전 사무총장의 추대위 대표간사 사퇴 및 최형우 정무장관 해임 ▲대의원 90%이상 출석한 가운데 후보연설 30분,질의토론 2시간으로 하는 합동연설회 등 내용을 김 수석에게 전달.
김 수석은 이에대해 이 후보측이 요구한 통첩시한인 이날 낮 12시가 조금 못돼서 전화를 걸어와 『참모인 정무수석의 입장에서 내가 직접 조정하기는 어려워 이춘구 사무총장으로 하여금 나서도록 총재에게 보고했다』고 통지해 왔다는 것.
장 부본부장은 이같은 통지내용을 대책위에 보고했고 대책위에서는 『이미 김 후보측이 거부의사를 명백히 한 마당에 사무총장 주재의 협의는 원점으로 돌아가는 꼴』이라고 결론.<신재민·김광덕기자>신재민·김광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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