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에 죄지은 심정”/청와대/“억지공세 명분 없어”/YS측/“이 후보 대의원도 포용 전화위복 삼자”▷청와대 대책회의◁
노태우대통령은 17일 하오 8시30분부터 10시까지 1시간30분 동안 진행된 긴급 주요당직자회의 서두에서 『6·29선언의 정신을 한차원 높게 승화시키기 위해 대통령후보 자유경선을 추진해 왔으나 이런 나의 노력에 차질이 생겨 심히 통탄스럽게 생각한다』며 착잡한 심정을 토로하면서 회의를 진행.
이날 회의는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가라앉았고 숙연했었다고 김학준 청와대 대변인이 전언.
김 대변인은 『오늘 회의에서 노 대통령이 주로 말을 했고 경선의 당사자인 김영삼대표와 이 후보측 선거대책위 명예위원장인 박태준 최고위원은 거의 말을 하지 않았으나 「송구스럽다」는 뜻을 여러차례 표했다』고 분위기를 전달.
노 대통령은 『이번 사태에 대해 당직자 모두가 깊이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뼈를 깎는 자기반성과 새로운 각오아래 다시 한마음 한뜻으로 한덩어리가 돼 전당대회에서 유종의 미를 거둬달라』고 당부.
노 대통령은 또 『자유경선에 차질이 생긴데 대해 국민앞에 참으로 얼굴을 들 수 없는 부끄러움을 느끼며 죄를 짓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면서 심경을 밝힌 뒤 『양 후보가 공정무사한 자유경선을 실시하겠다고 국민 앞에 약속한 것을 상기하고 싶다』고 토로.
노 대통령의 이같은 심경피력에 대해 참석자 모두는 침통한 표정을 지었으며 아무도 말을 꺼내려 하지않는 분위기였다고 김 대변인이 설명.
이날 회의는 노 대통령이 하오 5시께 정해창 비서실장에게 회의소집을 전격 통보해 이뤄졌으며 이 후보에 대한 「단호조치」의 결정도 회의소집전 노 대통령의 의중이 관계자들에게 통보돼 이루어졌다는 후문.
회의가 갑자기 소집되자 일부 수석비서관과 당직자들은 황급하게 청와대로 달려왔으며 이 바람에 하오 5시께부터 청와대 주변에는 긴박감이 감돌기도.
비서실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 후보가 경선거부를 공식선언하고 나섰다는 보고를 들은 노 대통령은 대단히 진노한 것으로 안다』면서 단호조치결정이 나오게된 배경을 설명.
회의소집이 통보된 뒤 비서실의 고위 관계자들은 삼삼오오 몰려앉아 걱정스러운 얼굴로 경선거부선언 이후의 당 진로 등에 대해 우려.
한 고위관계자는 『우리가 최선을 다했음에도 이런 사태까지 오게돼 참으로 안타깝다』면서 『이제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며 허탈한 표정을 짓기도 했는데 이 관계자는 주요 국가기관장과 계속 전화연락을 취하면서 당내 상황 등을 수시로 체크.
▷김 후보 진영◁
김 후보는 청와대 회동을 마친 뒤 하오 10시20분께 상도동 자택으로 귀가,굳게 입을 다문채 곧바로 안방으로 들어가 이 후보의 경선거부선언과 관련한 편치 않은 심기를 반영.
김 후보를 잠시 만난 신경식 비서실장은 『김 후보의 입장은 이종찬후보를 비롯,이 후보 캠프에 참여한 위원장과 대의원 등 모든이들이 한당 식구인만큼 서로 힘을 합쳐 전당대회를 잘 치르고 12월 대선을 위해 일치단결하자는 것』이라며 『앞으로는 김 대표 자신부터 이 후보쪽 사람들도 힘을 한쪽(김 후보쪽)으로 모아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
신 실장은 『청와대회동 내용에 대한 김 대표의 언급은 없었다』면서 『다만 김 대표는 모두를 다 포용해 화합 분위기속에 전당대회를 치르고 대선승리를 위해 노력하자는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
또 청와대회동에 배석했던 박희태대변인도 이날밤 상도동을 방문했으나 구체적인 회동결과에 대해선 언급을 삼가.
○…김 후보측은 이날 하오 이 후보의 기자회견 소식이 전해지자 여의도 추대위 사무실에서 김종필 명예위원장,권익현·김재광·이병희 위원장 및 김윤환 대표간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고위대책회의를 갖고 이 후보의 궤도 이탈을 해당행위로 규정.
이웅희대변인은 성명에서 『이 후보의 행동에 경악과 실망을 금치 못한다』며 『이 후보는 자신의 열세와 예상되는 패배를 당당하게 인정하고 경선에 승복해야함에도 불구,억지정치공세로 자유경선의 의미와 당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키고 있다』고 맹비난.
한 고위관계자는 『그동안 정상적 경선을 위해 이 후보의 온갖 장외공세에도 대응을 자제해왔고 18일로 예정했던 자파대의원 단합대회까지 이 후보측 자극을 우려,취소했었다』면서 『이 후보측이 끝내 당과 국민을 배신했다』고 흥분.
김 후보측은 이 후보의 경선거부를 탈당을 위한 신호탄으로 기정사실화하며 대응책 마련에 부심.
김 후보측은 이 후보가 어떤 정치적 명분을 내세웠든 대통령에게까지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 「돌출행동」을 감행한 이상 이는 사실상 당과의 「연」을 끊겠다는 의미이며 이 후보의 「당내 경선무효화투쟁」선언 역시 탈당을 전제로 한 명분축적 및 여건조성 전략에 지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분위기.<정진석·유성식기자>정진석·유성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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