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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바이어 82% “한국상품 싫다”(한국경제 「황사태풍」경보: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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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바이어 82% “한국상품 싫다”(한국경제 「황사태풍」경보:3)

입력
1992.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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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개 품목서 바짝 추격/기계·철강만 겨우 체면/고가공임 등 3악재로 “경쟁력 부족”한국이 경쟁국보다 안정적으로 우위에 있는 품목 0,경쟁국의 추격이 심한 품목 18,경쟁국이 한국보다 우위인 품목 15,경쟁국과 우열을 가릴 수 없는 품목 2.

한국무역협회가 최근 전체 상품을 35개로 대분류한 뒤 조사한 「일본시장에서의 한국상품 경쟁력현황」이다. 한국상품중 어느 것 하나 일본시장에서 확실한 우위를 지키고 있지 못하다는 충격적인 보고서다.

우리가 우위에 있으나 경쟁국의 추격이 심한 품목 18개를 43개로 다시 세분해보면 대만의 추격을 받고 있는 품목은 6개이고 태국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의 추격 품목은 15개인데 비해 중국이 위협하고 있는 품목은 무려 22개로 우리의 가장 무서운 경쟁자가 중국임이 드러났다. 중국의 추격상품은 염료 착색제 등 화학제품에서부터 금속제품,기계,통신기기,전기기기,수송장비,의류,신발,과학기구,시계,고무제품,기타 잡제품 등 거의 전 품목에 걸쳐 있고 지속적으로 추격대상 품목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최근 일본 관세협회는 지난해 자국내 수입실적을 바탕으로 일본의 10대 주요 수입품중 기계류와 철강 등 2개 품목에서만 한국이 중국을 앞질렀을 뿐 식료품,섬유원료,금속원료,광물성원료,화학제품,섬유제품,비철금속 등 대부분 상품들은 중국이 한국을 앞질렀다는 분석자료를 내놨다.

완구 등 잡제품의 경우 일본시장내 점유율면에서 지난 88년 한국은 8.2%이고 중국은 4.4%로 한국이 배 가까이 앞질렀으나 최근 들어서는 중국이 5.3%대로 높아진 대신 한국은 5%에도 못미치고 있다. 최대 수출품목인 의류에서도 88년 39.4%대 21.6%였던 한국과 중국의 일본내 시장점유비는 최근 25%대 30%로 역전됐다.

중국산 신발류의 추격도 만만치않다. 지난 88년까지만해도 국내 신발업체의 대일수출은 4억달러에 달하면서 일본시장의 42%를 차지했었으나 최근 그 비중은 30%로 낮아진 반면 지난 88년 5.6%의 시장점유율밖에 기록하지 못했던 중국은 지난해 15%대로 급격히 늘어난데 이어 올들어서는 20%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결국 중국의 맹렬한 기세에 눌려 어느것 하나 일본시장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기 어렵게 된 것이다.

삼성물산 이현로이사는 『중국의 엄청난 기세를 실감하고 있다. 90년까지만해도 설마설마 했으나 이제 일본시장에서의 중국세는 설마하는 차원을 넘었다』고 단언했다. 일본측 바이어들 얘기로는 중국산 제품들이 품질면에서도 한국에 못지않고 납기도 잘맞춘다고 한다. 노동집약 상품을 중심으로 가격경쟁력에만 의존했던 중국이 이제 비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했다는 것이다. 고가공임,저생산성,저품질 등 3악재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 상품이 무섭게 부상하고 있는 중국과 경쟁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일본에 나가있는 종합상사들의 솔직한 분석이다.

한국과 거래하고 있던 바이어들은 속속 한국을 떠나 발길을 중국으로 돌리고 있다. 국내 S사로부터 연간 1천만달러어치의 섬유제품을 수입해가던 일본의 기타가와사는 수입선을 전량 중국으로 돌렸고 미스코시,세이부,다이마루 등 일본내 대형 백화점들도 한국에서 사가던 의류·완구·생활용품 등의 거래선을 중국으로 돌리고 있는 추세다.

일본 바이어들의 이탈은 최근 무역협회와 무역진흥공사 등 수출 유관단체들의 수입선 전환조사에서도 밝혀졌다. 4백여 조사대상 바이어중 일본의 82.4%에 달하는 바이어들이 1년이내에 수입선을 한국에서 다른 나라로 전환하겠다는 의견을 밝혔고 그 대상국으로는 중국이 40%로 대만(23%) 동남아(20.8%) 등지보다 월등히 많았다.

더욱 더 충격적인 사실은 미국과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과 거래해 온 유럽의 바이어들조차 중국을 가장 큰 수입선 전환 대상국가로 꼽았다는 점이다.

이제 우리나라의 수출은 일본의 기술 및 금융·판매력과 결합한 거대한 중국에 밀려 완전히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정부와 업계의 대중국전략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이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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