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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일 회담변화/유동희 특파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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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일 회담변화/유동희 특파원(기자의 눈)

입력
1992.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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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전은 없으나 변화는 있다」 중국 북경에서 13일부터 15일까지 개최된 제7차 북한­일본 수교회담은 핵개발 문제와 과거 청산문제를 놓고 양측의 입장이 서로 평행선을 달리며 수교의 본질적인 문제에는 접근을 못한채 폐막됐다.이번 7차 회담은 북한측의 표현을 빌리자면 「새로운 언덕」을 만든 회담 이었으며 그 「새로운 언덕」은 여전히 북한의 핵개발 의혹과 관련된 것이다.

북한측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이 곧 실행될 시점임을 들어 이제는 수교회담의 본질문제로 들어가자고 재촉했으나 플루토늄 추출 사실을 시인함으로써 북한 스스로 일본이 남북한 동시 핵사찰이라는 「새로운 언덕」을 만드는 것을 정당화시켜 주었다.

핵개발 의혹문제에 있어서는 북한측이 분명 수세적 입장이지만 과거 청산문제와 관련해서는 입장이 바뀐다. 북한은 식민지 청산을 재산청구권 형식으로 처리하자는 일본측 제안을 반박하기 위해 1905년 을사조약과 1907년 정미 7조약으로 이미 주권을 상실한 구 한국과 일본과의 한일합방 조약은 무효라는 새로운 논리를 개발,동원했다.

또한 북한의 정신대 출신 한 할머니의 증언을 통해 정신대 제도가 당초 알려진 30년대 후반부터가 아니라 20년대말부터 시작됐다는 새로운 주장을 펴기도 했다.

북한의 이런 주장에 대해 일본측 관계자는 『말이 빨라서 잘 알아듣지 못했다』고 얼버무릴 정도로 일본의 입장은 곤혹스러운 듯했다.

수교회담의 본질문제에 아무런 진전이 없었지만 과거와는 확실히 다른 변화를 북한측 자세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대사관 현관 로비에서의 자유분방한 남측 기자들의 행동에도 한마디 싫은 소리가 없었다.

또 일본 기자들에게는 여러차례의 추측보도로 이미 뉴스도 아닌 관할권 문제를 처음으로 공개,남측 기자들을 잠시 흥분시켰는가하면 정신대 문제와 관련한 회담 발언 내용을 보도자료 형식으로 배포하기까지 했다. 또한 마지막날에는 기자 회견장에 늦게 도착한 한국기자들을 위해 답변을 재차 반복하는 배려까지 했다.

이러한 변화가 북한­일본 수교회담에서 북한측의 근본자세 변화로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북한 나름의 개방의지를 확인시켜주기에 충분했다.<북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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