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상품 15개 이미 압도/바이어들도 속속 발돌려/저가 “인해전술”서 이젠 품질까지 넘봐우리의 최대 수출시장이라는 미국에서 한국상품 구경하기가 어려워졌다.
최근 몇년간 계속된 노사분규와 임금상승으로 품질·가격 어느 것 하나 내세울게 없어진 한국상품이 외면당할 즈음 값싼 중국제품이 봇물터지듯 쏟아져 들어오면서 설 자리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한국산 상품에 대한 미국시장의 외면은 최근들어 줄을 잇고 있는 미국바이어들의 거래선 변경통보로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국내 섬유수출업체들은 20여년동안 거래관계를 계속해온 미국 바이러로부터 「더이상 거래관계를 지속할 수 없다. 거래선을 중국으로 돌리기로 했다」는 청천벽력같은 통보에 갈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미국시장에서 중국이 위협대상이라는 말은 이미 옛 말이다. 우리 앞을 가로막아선 거대한 공룡이다. 이미 중국은 미국시장에서 우리를 앞질러 최대 섬유수출국중 하나로 자리를 잡고 있다. 지금까지 중국제품은 저값으로만 미국시장에서 경쟁했으나 이제는 품질과 납기 등 비가격 경쟁력 측면에서도 우리를 앞지르기 시작했고 일본종합상사의 막강한 판매력과 중국의 노동력이 결합해 한국산을 미국시장에서 여지없이 몰아내고 있는 것이다』 미국바이어들이 또 거래중지를 통보해 오지않을까 하는 조바심으로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다는 효성물산 이상운 섬유수출부장의 말이다.
미국바이어들의 거래선 변경통보는 섬유제품에만 그치지 않는다. 신발 완구 등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수출 주종품목은 물론이고 최근 들어서는 혁제품,라디오,카셋,전열기구,히터,헤어드라이어,다리미,유무선 전화기,양식기,믹서,진공청소기,공작기계,소형 전자계산기,카메라,플라스틱 제품 등 거의 전제품에 걸쳐 일어나고 있다. 중국이 미국시장에서 멕시코 태국 인도네시아 등 한국의 수출경쟁국 제일 선두에 서서 한국상품을 고사위기로 몰고 있는 것이다.
저임금을 바탕으로한 중국의 인해전술은 막바로 미국내에서의 시장점유율 변화로 현실화되고 있다.
대한무역진흥공사가 현지 무역관을 동원,조사한 미국시장에서의 경쟁력 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41개 대미 수출주력상품중 15개 품목이 미국내 시장점유율 면에서 이미 중국산에 밀렸고 나머지 품목들도 중국의 엄청난 기세로 미루어 중국에 추월당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전기다리미 토스터 전자레인지 등 전열기기의 경우 우리 상품의 미국내 시장점유율은 지난 89년 23.5%에서 90년 19.1%,91년 15.2%로 매년 감소하고 있는데 비해 89년 7.1%에 불과하던 중국산은 현재 21.9%로 급성장해 우리 상품을 진열대 뒤켠으로 밀어냈다.
라디오에서도 한국제품은 현재 9%대에 그친 반면 중국산은 13%로,우리나라가 세계 최대 경쟁력 확보국이라고 자랑해온 신발도 지난해 들어서면서 23.5%대 22.5%로 중국산에 밀려있는 상태다.
중국산 섬유제품의 점유율이 13%를 넘어선데 비해 한국산은 8%로 줄어든 것을 비롯,발전기,전기모터,사무용기기,무선 전화기 등 우리나라의 대부분 수출주종 품목들이 중국의 저가공세에 밀려 벼랑에 서 있다.
이처럼 미국시장에서 중국제품의 파죽지세에 한국상품이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고 있는 것은 우리 기업들이 가격경쟁력에만 안주하고 품질을 고급화시키지 못한데도 원인을 찾을 수 있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이 미국의 각종 수입규제로 손발이 묶인데 비해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최혜국 대우를 받으며 활개를 치고 있는 것도 큰 원인중의 하나로 풀이된다.
우리나라의 17개 수출주력품목들이 미국의 수입규제하에 힘겹게 수출하고 있으나 중국은 섬유류에서만 쿼타적용을 받고 있다.
무역협회 최세형상무는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해 미국은 정치 외교적인 면을 고려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고,중국은 현재 자국내 시장을 제대로 개방하지 않은데다 무역수지 흑자를 보이면서도 오히려 한해에 5%가량 환율을 인상했다고 지적,『현재와 같은 상황에선 한국상품이 중국상품에 속수무책으로 밀릴 수 밖에 없게 돼있다』며 『수출기업들이 「다윗의 지혜」를 모으지 않는한 미국시장에서 완전히 쫓겨날 판』이라고 진단했다.<이종재기자>이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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