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후보도 30% 이상 지지획득 난망/기반전무 산티아고 당선땐 혼란 최악【마닐라=최해운특파원】 이번 필리핀 대선은 「민중의 힘」에 의한 민주화의 성취냐,아니면 다시 군사독재의 수렁으로 빠져들 것이냐의 여부를 가름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그러나 「민중의 힘」은 오직 슬로건에 지나지 않고 필리핀 정국은 다시 혼미를 거듭할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선거결과의 윤곽이 나오려면 적어도 며칠 더 기다려야 하나 현재로서는 어느 후보도 30%에 못미치는 26∼27% 정도의 표를 얻어 당선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누가 당선되든 이같은 득표율로는 정치사회안정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이러한 불안한 정국예상은 과연 쿠데타가 발생할 것인지의 여부에 관심을 모으게 한다.
정치분석가들은 선거개표 과정이나 완료직후 쿠데타가 일어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한 것으로 일단 보고 있다.
현 대통령의 후계자로 이번 선거에서 당선 가능성이 높은 군참모총장 및 국방장관 출신의 피델 라모스 후보(64)가 군부의 지지를 받으며 군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표결과 어느 후보도 압도적 득표를 얻지 못한 상황에서 부정투표 시비 등과 함께 혼란이 장기화될 때 군부가 정치에 개입하게 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정치분석가들이 내놓고 있는 쿠데타 시나리오는 대체로 3가지로 분류된다.
첫번째 시나리오는 법관출신의 정치신인 미리암 산티아고여사(46)가 초반 리드를 계속 유지,라모스를 아슬아슬하게 누르고 당선됐을 경우 쿠데타 가능성이 제일 높다는 것이다.
산티아고 후보는 기존 정치권에 전혀 기반이 없어 과연 정국을 장악할 수 있을는지가 상당히 회의적이다.
따라서 혼란이 장기화되면 라모스를 지지하는 군부가 친위 쿠데타를 일으켜 라모스를 새지도자로 옹립할 가능성이 높다.
둘째는 라모스가 집권했을 경우이다. 아키노 정권이 들어선후 지난 6년간 7번이나 쿠데타를 시도했다 실패한 군부내 반란세력이 또다시 쿠데타를 일으킬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국민들은 아키노 정권의 무능과 부패,특히 우유부단함에 실망하고 있다. 실제로 아키노 정권이 들어선후 경제성장은 제로상태에 머물고 외채는 2백90억달러로 늘어났다.
주요 산업인 농업은 피폐했고 실업자는 거리를 메우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군부내 반란세력이 아키노 정권에 이은 라모스 정권에 불만을 품은 국민을 등에 업고 불장난을 시도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아직도 군부내에 상당한 기반을 갖고 있는 마르코스 추종세력에 의한 쿠데타 가능성이다.
현재로서는 마르코스 추종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나 마르코스 미망인 이멜다 후보와 마르코스 친구로 독재정권시절 엄청난 부를 축적한 재벌기업가 코후앙코 후보가 예상외로 선전,상당히 많은 표를 끌어모으고 있다.
선거후 고 마르코스시신이 고국으로 귀환,고향인 일리코스 노르테 지방에 묻히는 시기를 계기로 마르코스 추종세력은 계속되는 정국혼란의 반사이익을 등에 업고 목소리를 높이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어쨌든 선거후 정국혼란이 상당히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이를 해결할 뾰족한 대안도 찾기 힘든 필리핀 정국은 갈수록 쿠데타 가능성을 높이고 있음이 틀림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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