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표시 없고 두드려도 무응답/북한당국 “구속”위협 심문 곤욕도【동경=이상호특파원】 일본과 미국의 취재진이 평양에 있는 KAL 858편기 폭파범 김현희의 집을 취재하러 갔다가 이 사실을 안 북한당국으로부터 구속 위협을 받는 등 심문을 받았다고 주간 아사히(조일) 최근호(5월22일자)가 보도했다.
취재진은 지난 2∼3일 평양에서 개최됐던 「두만강」 유역개발 국제회의」를 취재한 일본인 프리 저널리스트 오오바야시(대림고사·48)기자와 미 워싱턴포스트지의 토머스 리드 극동 총국장(47),일본인 TV 디렉터와 북한인 통역 등 4명.
이들은 귀국 전날인 지난 3일 하오 4시30분께 회의장인 인민문화궁전앞 광장에서 마이크로버스를 타고 「평양시 문수구역 문수동 65반 무역부아파트 7층1호」로 향했다. 김현희가 수기 「이제 여자가 되고 싶어요」에서 「실가」라고 썼던 곳이다. 오오바야시씨는 일본출발전부터 이 집을 직접 찾아 취재하려고 계획했었고 만일 스파이혐의 등으로 구속될 경우를 대비,미국인 신문기자에 동행을 요청했다.
이들은 지나가던 중년부인에게 주소를 적은 메모를 보여줘 집을 찾았다. 그녀는 『65반이 지금은 26반으로 바뀌었다』고 알려주었다.
이들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아파트를 뛰어 올라가던중 갑자기 뛰어나온 부인으로부터 큰 소리로 제지당하기도 했으나 701호에까지 올라가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이 집에는 호수표시도 없었고 아무런 대답이 없어 부근 사진을 증거용으로 찍었다. 얼마후 그 부인이 뛰어 올라오고 건장한 남자가 나타나 『내려가라』고 소리쳤다.
오오바야시기자 등은 이날 하오 10시께 숙소인 고려호텔 2층에 있는 회의실로 불려갔다. 이 자리에서 조선 대외문화연락 협의회의 박동춘 부위원장 및 일본대표단 사무국을 대표한 다나카(전중희여언) 일조무역협회 상무 등이 있었다.
박 부위원장은 오오바야시기자에게 『어디에 누구를 찾으러 갔었느냐』고 물었다. 거듭되는 질문에 오오바야시기자는 구속하지 않는 다는 조건을 내세워 동의를 받고 실토했다.
그러자 박 부위원장은 『그러한 여자(김현희)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힌 북한을 모욕하는 행위고 곧 열릴 조일국교 정상화교섭을 깨려는 목적이기 때문에 언론인으로서 있을수 없는 행위다』고 비난했다.
그때 워싱턴포스트의 리드 극동총국장이 갑자기 전화기를 잡고 미국인 기자들에게 『우리가 구속되면 일제히 기사를 써달라』고 부탁했다. 뉴욕타임스의 동경특파원 등이 달려와 문밖에서 기다렸다.
그러자 박 위원장은 일본대표단을 향해 『기사를 안쓰는 것을 약속하라』고 요구했으나 『일본헌법은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어 곤란하다』고 대답했다. 얼마후 박 부위원장은 『공화국 국민을 대신해 엄중히 항의한다』고 말한후 돌려보냈다.
오오바야시기자는 귀국후 즉시 주일한국대사관에 김현희와의 면담주선을 의뢰하고 『김현희를 만난후 관련사진을 공표하겠다. KAL사건의 진상해명에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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