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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순잔치 비용을 동포에”/1천불 성금 LA교민 이석영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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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순잔치 비용을 동포에”/1천불 성금 LA교민 이석영씨

입력
1992.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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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째 몸져눕고 아들도 피해불구/말·청력 잃어 글로 뜻 전해20년째 병마와 싸우고 있는 미 LA의 교포노인 이석영씨(70)가 칠순잔치 비용 1천달러를 폭동피해자들을 위한 성금으로 내놓았다.★석간재록

이씨는 2남 춘경씨(33)의 상점도 이번 폭동때 약탈당한 피해자의 한 사람이면서도 가족보다는 교민전체를 먼저 생각했다.

서울에서 보세의류사업을 하던 이씨는 사업실패로 파산하게되자 재기를 꿈꾸며 단돈 20달러를 지닌채 73년 가족들을 이끌고 도미,LA에 정착했다.

부인(62)와 함께 바느질공장에 취직,하루 18시간씩 중노동을 하며 재기에 몸부림치던 이씨는 불과 이민 3개월만에 그동안의 정신적 충격과 과로가 겹쳐 고혈압으로 쓰러지는 두번째 불행을 맞았다.

그러나 이씨는 주저앉지 않았다. 어느정도 상태가 호전되자 불편한 몸으로 다시 생업에 뛰어드는 억척스러움 끝에 봉제공장을 인수하면서 단단하게 기반을 잡았다.

좌절을 모르던 이씨도 79년 고혈압이 재발,쓰러진 뒤에는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이때부터 이씨는 청력과 말을 모두 잃은채 거의 누워 생활해오고 있다.

아버지의 불같은 의지력을 물려받은 두 아들은 억척스럽게 일해 LA에서 각각 큰 규모의 레코드스튜디오와 음향기자재 판매사업으로,두딸은 약사로 모두 착실하게 성공을 거두었다.

자녀들은 오는 17일 아버지의 칠순생신을 크게 열어 이제 여생이 얼마 남지않은 아버지에게 마지막 큰 기쁨을 안겨드리기로 하고 3백명 규모의 잔치를 준비했다.

그러나 LA폭동은 이씨 가족의 작은 바람조차 앗아가버렸다.

폭동 이틀째인 지난달 30일 둘째아들의 가게가 몽땅 털려버린 것이다.

TV를 보던 이씨는 두 아들에게 피해현장을 보여줄 것을 요구했다. 아들 승용차에 타고 폐허가 돼버린 한인타운을 구석구석 돌아보면서 침통한 표정을 짓던 이씨는 집에 돌아와 또박또박 적은 글씨를 아들에게 내보였다.

『칠순 잔치나 둘째를 돕기보다 그 돈을 성금으로 내라』는 것이었다.

아버지의 뜻을 이해한 장남 종철씨(37)는 10일 한국일보 미주본사를 찾아 성금 1천달러를 아버지 이름으로 기탁했다.

그러나 자녀들은 규모를 줄여서라도 칠순잔치를 열어 아버지의 오랜 희생과 고생을 조금이라도 위로해 드릴 생각이다.<로스앤젤레스 미주본사="이준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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