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이 7차 고위급회담에서 오는 8·15를 기해 두번째로 고향방문단의 교환방문에 합의,온 국민이 기대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이인모씨의 북으로의 송환문제 여부가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해 우리는 정치적 고려나 이념문제를 떠나 순수한 인도적 차원에서 이씨의 귀향에 동의한다. 그러나 그의 귀환은 분단의 비극을 치유하는 차원에서,즉 북에 억류중인 남한출신 인사들도 가족에게 복귀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하고자 한다.이씨는 냉전과 분단의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의 6·25 기습남침때 인민군 종군기자로 참여하였다가 잔류,빨찌산 투쟁도중 체포되어 형무소와 보호감찰소에서 34년간 비전향 좌익수로 장기복역했고 남한에는 아무런 가족이 없다. 76세의 고령으로 건강마저 나쁜 그는 근년에 북에 부인과 딸이 생존해 있음을 확인하고 죽기전에 고향에 돌아가 가족과 상봉하겠다는 얘기다. 사실 이씨의 호소는 인도적인 면에서 동정을 금할 수가 없다.
그러나 이씨가 북이 저지른 반민족적인 동족상잔의 희생자라면 당시 북한이 강제납치해간 수만명의 정치인 경제인 공무원 기술자 문화예술인 교육자 법조인 종교인과 민간인들은 더욱 억울한 피해자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북한은 휴전이래 지금까지 국제적십자사를 통한 남한측의 요청과 호소에도 불구하고 단 한명의 송환은 커녕 생사확인을 위한 서신 한통의 교환도 금지해왔다. 또한 수백명의 민간어부들을 강제로 납치한후 아직까지 억류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북한의 연형묵총리는 고위급회담의 기조연설에서 이씨는 포로이기 때문에 응당 일찍 송환했어야할 사람이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전쟁포로도 아닌 강제로 납치해간 민간인들을 40여년간이나 돌려보내지 않는 것이 인도적인 처사인지 반문하고자 한다.
사실 이씨의 송환문제는 남한 내부의 여러가지 문제,과거 좌익계 인사들의 동향과 이들에 대한 대책,분단과 전쟁으로 이산된 사람들의 형평주장,그리고 아직도 뿌리깊은 대북불신과 감정문제 등 그 파장과 난점이 한두가지가 아닌줄 안다.
또 북한이 새삼 이씨의 송환을 주장하는 배경도 석연치 않다. 표면상 인도적이라지만 북한 주민들에게는 휴전후 지금까지 전향(굴복)하지 않은 영웅으로 부각시켜 북의 승리를 대대적으로 선전할게 분명하다. 설사 북한이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는 각서의 제시를 밝힌다 해도 별로 믿을 것이 못될 것이다.
아무튼 여러가지 복잡한 문제와 부작용이 예상되지만 우리는 이씨의 송환에 굳이 어떤 조건을 붙이는데는 찬성하지 않는다. 북한이 인도적 정신을 구현할 자세라면 이제는 생존한 6·25 납북인사의 생사를 확인할 수 있게 서신교환을 허용하고 또 그들이 죽기전에 고향땅을 밟을 수 있도록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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