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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피지기 백전백승/“정보를 공유합시다”/기업들 사내 교환바람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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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피지기 백전백승/“정보를 공유합시다”/기업들 사내 교환바람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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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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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산망·대자보등 활용… 점수도 매겨지난 7일 상오 8시. 안국화재 빌딩 21층 세미나실. 부과장 이상 간부진들이 뭔가를 기다리는 듯한 표정들로 한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매월 첫째 셋째주 목요일에 실시되는 「사내 정보시장」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강제성이 전혀 없는데도 10분도 채안돼 80여명의 간부진들이 자리를 매워 발디딜틈조차 없다. 이날 모임에 참석치 않으면 뭔가 뒤떨어지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세미나실은 금방 떠들썩해지며 화제가 만발한다.

입구에 준비된 간단한 음료수를 들고 아무 자리에나 앉아 대권후보자에 관한 얘기에서부터 프로야구,건강얘기 등을 화제로 떠올렸다. 엊그제 해외출장을 다녀온 임원의 여행담도 듣는다. 물론 업무얘기가 주를 이룬다. 총무부서의 업무연락사항,영업창구에서 있었던 얘기,경쟁기업의 정보사항 등이다.

개인주의와 파벌주의에 따른 기업의 동맥경화증을 치료하기 위해 안국화재가 지난 90년말부터 실시하고 있는 사내정보시장은 정보에 목말라 있는 임직원들의 큰 호응을 받으면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같은 사내정보공유 움직임은 최근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확산,크게 활기를 띠고 있다. 기업간 경쟁이 심화되고 경영여건이 급박하게 바뀌면서 지금까지 몇몇 관련부서만 알아도 아무런 지장이 없던 정보들이 이제는 서로 나누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지는 상황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정보공유화는 전산망의 급속한 보급과 함께 실시되고 있는 기계식 정보교환과 안국화재와 같은 정보모임,사내 대자보 설치,정보교환캠페인 등 다양한 형태로 활성화되고 있다. 사내방송과 사보 등도 정보유통창구로 활용되고 있다.

기계식 정보교환이 활성화되고 있는 기업은 삼성과 코오롱,두산 등. 삼성은 「토픽스」라는 이름으로 사원간 임직원간 정보교환이 이루어지고 있고 코오롱은 「기킨스」 두산은 「봉화시스템」 등의 정보교환망을 가동중이다. 이들 기업의 임직원들이 각자가 보고 들은 정보들을 내용과 출처 등 기본형식을 갖추어 전산망에 입력시키면 입력된 정보는 전임직원들이 자신의 고유번호를 입력한 뒤 열람하게 된다.

기업에 따라 무차별적으로 입력,각자가 관심분야를 열람하기도 하고 일단 정보부서에서 정보들을 모아 경영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정리한 뒤 입력시켜 열람하는 형식을 취하기도 한다. 어떤 경우든 각자의 정보는 정보로 끝나지 않고 각 부서간 업무협의에 큰 도움을 주고 경쟁기업의 움직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해준다.

입력한 정보는 사안에 따라 점수가 매겨져 개인별,조직별로 평가대상이 되기도 한다. 코오롱의 경우 본사와 전 해외지사망이 자신들의 정보사항을 정보관련 부서에 전달하면 정보부서는 전산망에 이를 입력하고 기업경영에 도움이 되는 정도에 따라 점수를 매긴다. 코오롱상사는 월별·분기별로 실적을 모아 과단위로 사장명의의 표창과 함께 상당금액의 부상을 수여하고 있다.

사내방송을 실시하고 있는 기업들이 크게 확산되고 있는 것도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것이며 광고회사를 중심으로 펴지고 있는 대자보는 각종 사내외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정보공유제를 실시하고 있는 기업들은 조직간 팀웍과 창조력이 강해지면서 조직이 단단해 지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다. 하나의 정보는 하나 이상의 힘을 발휘할 수 없으나 두개의 정보가 모여 셋 이상의 부가효과가 있고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는 정보의 속성이 경영현장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이다. 수직적인 사고와 행동이 수평적으로 바뀌는 사회분위기와 함께 기업의 정보공유바람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이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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