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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치기 효도도 효도인가(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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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치기 효도도 효도인가(사설)

입력
1992.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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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가 어버이 날이었다. 아니나 다를까,예년처럼 이날을 전후해서만 노인문제가 반짝 관심속에 양념치레로 등장한다. 또 어버이를 잊고있던 자식들도 이날만은 한송이 카네이션과 벼락치기 효도로 한해의 무관심을 쉽게 땜질해 버리려는 풍조가 만연되고 있는게 바로 오늘의 세태이다. 이러자고 어버이날을 만든게 아니었다. 이런 어버이날 풍조야 말로 어버이를 더욱 절망시키고 노인들을 끝없이 소외시킨다.어버이와 자식의 관계는 칼로 물을 베듯 끊을 수가 없다. 오늘의 젊은 세대가 세월과 함께 어버이·노인으로 자리바꿈하는 것이기에 어버이와 노인문제는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우리 모두의 문제이다. 또 가정이 사회·국가의 초석으로 이어질진대 어버이·노인문제야 말로 공동체 삶의 근본과 통하는 중대사인 것이다. 이런 올바른 인식속에서 어버이날을 맞고 보낼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우리모두가 반성하고 노력해야 한다.

오늘날 어버이와 노인들이 겪는 소외감이란 엄청나다. 60세이상 노인인구 3백18만명의 40%인 1백30만명이 자식이 있으면서도 따로 산다. 노인들의 50%는 일을 하고 싶지만 기회가 없다고 푸념이다. 자식과 사회의 저버림으로 벼랑에 선 노년기 어버이들이 자살·가출사태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며칠전 열린 노인들의 모의국회에서 노연사들은 『대통령,장관이 누구입니까. 다 우리의 아들 딸 아닙니까. 대통령도 세월이 흐르면 노인이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서러운 항변을 내뱉었다고 한다.

노인인구가 급증하는데도 올해 노인관련 예산이 전체 사회복지예산의 5.8%,전체에산의 0.17%에 불과해 노인 1명당 2만7천여원에 그치고 있다고 한다. 무의탁 노인들을 위한 수용도 6천8백여명에 불과,수요의 10분의 1에도 못미친다.

노인들의 70%가 자식들의 용돈에 의존하고 있고 그들중 70%가 6만원 미만으로 한달을 보낸다고도 한다. 나라의 격동기와 도약기에 몸을 던져 오늘의 발전 토대를 이룩해낸 어제의 주인공들이 외국에서는 상식인 연금제나 요양시설의 혜택을 못받은채 점차 자식들로부터도 버림받고 있는 것이다.

사실 노인문제 해결은 노령인구의 확산추세 때문에 복지차원에서 뿐 아니라 국가 경제적차원에서도 중대사이다. 인력부족 손실이 한해 10조원을 넘는 마당에 정년연장·노인능력은행 확대로 노인의 능력을 하루빨리 활용해야만 할 형편이다.

이처럼 어버이와 노인문제는 핵가족화와 황금만능풍조의 확산앞에서 점차 엷어져만가는 전통적 미풍양속에만 맡겨 더이상 방치할 시점은 이미 지났다고 생각된다. 정부가 앞장서서 종합적인 복지·구호 및 능력활용책을 항구적인 국가시책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아울러 가정에서도 지금과 같은 어버이날만의 벼락치기 효도는 한번쯤 진지하게 반성해야 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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