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상대 장사하며 봉사활동은 소극적/언행부터 가다듬고 이웃사랑 실천할때LA폭동을 보면 역사는 되풀이 된다는 E H 카의 지적이 떠오른다.
많은 사람들은 4·29폭동이 발발한 LA의 사우스 센트럴 지역이 27년전 흑인에 의한 소위 「와츠폭동」이 일어난 곳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한다.
미국인들 사이에서 「불의 화요일」로 알려진 와츠폭동은 여러모로 볼대 이번 사태와 유사하다. 굳이 차이점을 찾는다면 당시에는 유대인이 흑인폭도의 주된 표적이었으며 이번과는 달리 히스패닉계의 난동가담이 적었다는 점이다.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당시의 폭동이후 사우스 센트럴내의 와츠지역을 떠난 유대인의 뒤를 이어 이 지역에 진출한 교포가 「제2의 와츠폭동」으로 일컬어지는 이번 사태에서는 유대인 대신 큰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이다.
한인교포는 왜 유대인이 포기한 이 지역에 위험을 무릅쓰고 뛰어들었나.
LA 한인타운 번영회장을 지낸 김현경씨(한미부동산 대표)는 『당시 사우스 센트럴 지역내 상권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던 유대인이 와츠폭동에 위기를 느껴 그 지역을 떠나자 부동산 가격이 폭락했다. 이어 한인들이 싼값에 부동산을 구입해 상점을 열어 오늘날에는 「제2의 유대인」이라는 소리를 들을만큼 많은 돈을 번게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와츠폭동이후 LA교포들은 스스로도 놀랄만큼 흑인가에 깊숙이 침투해 「씀씀이 큰」 흑인고객을 상대로 짭짭할 재미를 봐 왔다. 20여년전에 LA로 이민을 왔다는 김씨조차 『흑인거주 지역에 그렇게 많은 한인업소가 들어가 있는 줄은 이번 폭동을 통해 처음 알게됐다』고 말했다.
흑인거주 지역에 진출한 한인 상인들은 대부분 그들의 고객보다도 교육수준이 높다. 여기서 자만심도 생긴다.
한 흑인청년은 이번 폭동직후 ABC TV와 가진 회견을 통해 평소 자신의 한인관을 다음과 같이 피력했다. 『한국인들은 우리(흑인)를 만나도 결코 인사 한번 먼저 건네는 법이 없다. 물건을 사고 거스름돈을 줄때도 두손으로 공손히 건네주는 법은 절대없다. 그들이 아는지 모르는지는 모르지만 우리는 엄연한 손님이다』
올림픽가에서 식료품점을 경영하는 한 교포도 이를 솔직히 인정한다.
『한국인은 어디를 가나 배타적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흔히 말을 많이 하지만 한국은 그간 얼마나 중국사람(화교)을 차별대우 했는가.
중국상인이 발을 못붙인 나라는 지구상에 한국과 일본 뿐이라고 말하지 않는가』 다시 김현경회장의 말.
『영어에도 분명 존댓말이 있고 특히 고객에게는 친절하고 따뜻하게 대해주는게 서양의 에티켓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교포는 흑인고객에 대한 감사표시에 인색하다』
이번 폭동사태를 통해서도 분명히 드러났지만 한인은 대개 불친절하며 쓸데없는 자만심을 부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게 많은 현지 사회학자들의 지적이다.
김진태 오하이오주 케이스웨스턴 리절대 교수(철학)는 지난 7일 LA 한국일보 미주본사의 고문을 통해 『영어 사용권에서 살려면 영어로 이룩된 문화와 전통을 철저히 이해하고 그 문화와 그 전통을 잇는 창조적 작업에도 참여하고 기여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상대적으로 높은 이윤을 챙기며 흑인 주거지역에서 장사를 해온 많은 한인들은 대체로 LA근교의 쾌적한 주거지역에서 생활한다. 벌이가 좋기 대문에 타는 차 역시 자연 고급 차종이다.
LA 힐허스트애비뉴에서 뷔페식당을 경영하는 김호빈씨는 『흑인지역에서 돈을 벌면서 그 지역사람과는 등을 돌린채 최고급 벤츠나 캐딜락을 몰가다니는 한인들을 흑인들은 어떻게 생각할까』라고 반문한다.
칼폴리대 장태한박사도 이번 폭동의 원인으로 흑인의 대한인 경각심을 꼽았다.
『영어도 못하는 한인들은 도대체 어디서 돈을 모아 갑자기 우리 이웃가게를 인수하나. (한국)정부에서 특혜를 주는건 아닌가 등등 온갖 유언비어가 나돌면서 한인상인과 흑인주민간의 갈등이 표면화 되기 시작했다』
LA에 거주하는 한 교포언론인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흑간의 이해증진을 위해 우선 교포의 「말버릇」부터 바꾸자는 제의를 했다.
그는 『우리는 흑인을 걸핏하면 깜둥이라고 부르는데 이말에는 흑인을 얕잡아 보는 심리가 깔려있다. 백인을 보라. 그들은 내심으로는 깜둥이라는 말보다 더 심한 표현을 쓰고 싶어도 꾹참고 흑인이라고 말한다. 요즘에는 그보다 점잖게 아프리칸아메리칸이라고 부른다』
또 한가지 간과할 수 없는 점은 미국사회에서 어느 정도 경제적인 성공을 거둔 한인 교포사회가 이제는 흑인에 대해 「이웃사랑」의 정신을 실천할때가 됐다는 것이다.
대다수의 한인교포는 『시간이 없다』 『여유가 안생긴다』는 등의 핑계를 대며 자신의 사입기반인 흑인거주 지역의 사회봉사 활동을 등한시 해왔다.
이런 점에서 LA한국일보 미주본사 논설주간인 이철씨의 지적은 따금하다.
『갓 이민온 교포가 억척하나로 장사판을 벌이던 시대는 지났다. 비즈니스에 경험이 있고,흑인 종업원을 고용하고,흑인소녀가 오렌지 주스를 훔쳐가도 못본척 하고 참을 줄 아는 용기와 기술없이는 앞으로 흑인지역에서 장사를 하지 않는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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