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색 미국인들처럼 국민안에 국민이 살때 그 나라는 건강하지 못하다. 시민이 같은 시민 가운데 피난민으로 살때 그 나라는 내일을 기약하지 못한다』 미국의 저명한 여류작가였던 펄 벅여사는 43년 『미국이 나에게 뭣을 의미하는가』라는 글에서 인종차별의 병폐를 경고했다. ◆펄 벅여사는 미국문단에서 동양을 이해하고 동양을 아꼈던 극히 드문 몇 안되는 친동양적 인사. 중국에서 선교사의 딸로 태어나 그곳에서 성장했던 여사는 중국 격동기의 한 빈농출신 여인의 인생 부침을 그린 명작 「대지」를 썼고 그것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여사는 한국에도 무척 애착을 가졌다. 60년에 한국을 첫 방문한 여사는 67년에 펄 벅재단 한국지부를 경기도 부천군(지금은 시)에 두고 1천5백여명의 혼혈아를 도왔다. 「혼혈아의 어머니」라고 불렸다. 73년 3월 작고할 때까지 한국을 여덟번이나 찾았던 여사는 「한국에서 온 두 처녀」 「갈대는 바람에 시달려도」 등 한국을 소재로 한 작품을 남기기도 했다. ◆인도와 이상주의의 작가였던 펄 벅여사는 동서와 인간의 화합을 몸소 실천에 옮긴 것이다. 67년 6월11일 펄 벅재단 한국지부 헌납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동과 서,한국과 미국을 연결하는데 이 아이들(한미 혼혈아) 보다 좋은 교량이 없을 것이다. …오,동과 서의 자녀들이여 온 세계로 하여금 너희들이 태어난 날을 축복하게 하라』 동서의 융합을 희구했던 펄 벅 여사가 4·29 로스앤젤레스 흑인폭동을 목격했다면 뭐라고 했을 것인가. ◆오늘날 흑인 민권운동의 「성자」로 추앙되고 있는 고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비폭력운동」은 빛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다. 백인아래 소수민족으로 차별을 받아왔던 흑인들이 「소수민족」중의 「소수민족」인 한인교포를 상대로 「수의 폭력」과 「힘의 폭력」을 휘두르는 것이 이것을 입증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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