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 이국땅 적응 “가이드 역할”/민속 행사등 연례개최 연대감/「이철수 구명운동」땐 “모두가 한마음”LA 폭동이후 노스버몬가에 자리잡은 한국일보 미주 본사에는 하루종일 수많은 교민들의 전화와 방문이 줄을 이으며 연일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교민들은 전화를 통해 어디 호소할데 없는 억울한 피해를 하소연하며 미국정부의 안이한 대응을 질타한다. 직접 찾아오는 교민들은 편집국 곳곳에서 만나는 기자들마다 붙들고 피해의 참상을 구석구석 빼놓지 말고 알려줄 것을 호소하고 한인사회의 생존방향을 두고 나름대로 목소리를 높인다.
신문사 사옥 입구에는 눈물겨운 성금의 행렬이 긴 줄을 이루고 있다.
그런가 하면 미국의 유력한 언론사 기자들이 폭동의 진상과 한인들의 피해실태,분노 등을 취재하기 위해 시도 때도 없이 몰려들어 바쁜 취재기자들이 하루에도 몇번씩 취재원이 되는 곤욕을 치른다.
미주 한국일보가 교포들에게는 온갖 어렵고 궂은 일을 털어놓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친구이며 현지 미국인들에게는 미주 한국일보가 한인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가장 정확한 창문으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9년 창간된 미주 한국일보의 역사는 한국인들의 미국 현대이민사 자체이다.
23년 동안 한인 교포들과 영욕을 함께 하며 미국의 한인사회가 오늘날까지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해온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한인들의 힘이 커지고 영향력이 증대된 만큼 미주 한국일보도 함께 성장해 왔음은 물론이다.
창간당시 본국 신문을 그대로 복사해내는 것만으로도 교포들에게 신문을 볼때마다 눈시울을 적시는 감격을 안겨주었던 한국일보는 질과 양면에서 모두 획기적인 발전을 거듭,조석간에다가,매일 평균 90면에 달하는 방대한 지면을 꾸려내는 대신문으로 자라났다.
지면의 양뿐이 아니라 발행부수도 남가주 지역에서만 지난해 일찌감치 5만부를 넘어서 중국계,일본계,베트남계 등을 포함한 소수민족지중 단연 선두를 달리고 있다.
『미국에 뿌리를 내리려거든 한국일보를 읽어야 한다』는 말은 이미 미주 교포사회에서는 하나의 상식이 된지 오래다.
한국일보가 미주에서 처음 발행되던 시절 LA거주 한인들은 2천5백∼3천명선에 불과,거의 눈에 띄지 않는 미미한 존재였으나 현재는 40만이 넘는 거대민족 집단으로 커졌다.
초창기 교포 서로간의 소식을 전달해주는 메신저 역할을 하던 한국일보는 70년 6월 노인회 회원 초청 놀이대회,71년 2월 남가주 한인교회대항 축구대회 등 각종 교민행사를 열면서 교포들을 「한국인」이라는 연대감으로 묶어내는 큰 일을 시작했다.
교포들을 단결되고 세력화 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각종 행사도 그 규모나 질적인 면에서 발전을 거듭하면서 지난해만도 모두 23차례나 열렸다.
교포들은 거의 유일한 한글신문인 한국일보를 통해 낯선 미국사회에 적응해왔으며 한국일보 광고를 통해 자신의 사업을 번창시켜 나갔다.
특히 미주 한국일보의 광고위력은 대단해 매일 평균 3천5백건의 각종 생활·사업광고가 실리고 있어 미국내 백인계 신문을 제외한 전소수민족 언론중에서 광고량이 단연 선두를 달리고 있다.
미주 한국일보는 이와함께 교포들의 권익을 대변하고 의식을 일깨우는 기사개발에 주력,미국내에서 한국인들이 오늘날의 위치를 차지하는데 원동력이 됐다.
이런 영향력과 기여도를 인정받아 미주 한국일보는 지난 89년 창간 20주년때 그 빛나는 발전상과 한인사회에의 봉사공로가 미 연방의회 의사록에 기록되기도 했다.
LA 교포사회의 원로 정병호씨(67)는 『한국일보가 창간되면서 비로소 한인사회의 비즈니스가 비즈니스답게 성장했다』며 『특히 한국일보의 교포소식 소개와 광고는 서로의 성장을 자극,오늘날의 한인 커뮤니티를 이루는 초석이 됐다』고 지적했다.
영H리보험사 대표 이창환씨도 『한국일보로 인해 한인들이 경제적으로 크게 성장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낯선 이국에서 온갖 악조건을 견디며 사는 교포들에게 예나 지금이나 늘 신뢰받는 구심점으로서의 역할과 지도력을 인정받아온 한국일보는 지난 73년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 갱 살해 혐의로 체포된 이철수씨 구명운동과 88년 교통위반으로 경찰이 추적끝에 사살했던 이홍표군 명예회복운동 등을 통해 교포들의 응어리진 한을 대변했었다.
미주 한국일보는 이번 LA폭동으로 폐허가 된 한인타운을 복구하고 좌절된 아메리칸 드림을 회복시키는데 다시 사세를 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LA 아주관광 여행사 대표 박평식씨(49)는 『LA 코리아타운의 역사는 바로 미주 한국일보의 역사와 일치한다는 것이 모든 교포들의 공통인식』이라며 『이번 한인타운의 피해복구도 한국일보의 노력여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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