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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한인타운 아직 「불안한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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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한인타운 아직 「불안한 평화」

입력
1992.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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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서 현금인출 50대 교민 피살/잇단 강도폭행… 해지면 인적 “뚝”/「킹」사건 재심기각 소문에 “폭동재발” 긴장【로스앤젤레스 미주본사=특별취재반】 미 LA한인타운을 파괴한 흑인폭동이 가라앉아 외견상 평온을 되찾은 것으로 보이고 있으나 미묘한 인종갈등이 폭동이전보다 한층 증폭돼있는 등 「불안한 평화」가 이어지고 있다.

폭동후 흑인,히스패닉계에 의한 한인폭행,강도사건이 급증하고 이에따라 일몰 이후에는 아예 한인들의 발길이 끊기는 등 한인타운은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불안감이 가시지 않고있다.

4일 상오 9시35분께 우들리가에 있는 우들리마켓 주인 김이철씨(51)가 2∼4명의 히스패닉계 20대 청년들에게 총격을 받고 숨지는 사건이 발생,불안감이 더욱 고조되고있다.

김씨는 이날 인근 한국외환은행 밸리지점에서 현금 1만5천달러를 찾아와 가게에 들어서는 순간 히스패닉계 청년 2명이 뒤쫓아 들어와 권총으로 위협,냉동실쪽으로 끌려간뒤 곧 사살됐다.

현지 경찰은 일단 금품을 노린 강도사건으로 보고 있으나 김씨가 인출한 1만5천달러외에 계산대의 현금은 범인들이 손을 대지않은 점 등으로 미루어 최근의 인종분규여파에 의한 감정적 범행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숨진 김이철씨는 연세대 건축과를 졸업하고 건축설계사로 일하다 LA로 이민와 뼈를 깎는 고생끝에 유복한 생활을 일구어낸 전형적인 이민1세.

숨진 김씨의 동생 윤철씨(36)도 LA피코와 알바라도지역에서 테니스화가게를 내고있다 지난달 30일 흑인과 히스패닉계 폭도들의 방화로 수십만달러 상당의 재산을 잃었다.

윤철씨는 『71년 이민와서 억척스럽게 생활해온 형님은 우리집안의 기둥이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윤철씨는 『오랫동안 히스패닉계들을 상대로 사업을 하며 나름대로 뿌리를 내리려애 썼지만 이젠 더이상 이곳서 살고싶지 않다』며 『우리가족의 아메리칸 드림은 산산이 깨져버렸다』고 울먹였다.

한편 4일 상오 11시30분께 놀만디와 3가 교차로서 차를 몰고가던 이미나양(22)이 히스패닉계 10대 청소년으로부터 총격을 받았으나 큰 부상은 입지않았다.

이양에 의하면 신호대기중 갑자기 푸른색 러닝셔츠 차림의 10대가 라이플로 자신의 차에 3발을 발사,뒷 유리창이 깨져 황급히 차를 몰고 달아났다는 것.

이날 하오 6시30분께도 킹즐리의 한인거주 아파트에 흑인이나 히스패닉계의 소행으로 보이는 빈병 투척사건이 일어나 60대 할머니 1명이 다쳤다

LA의 한인방송국인 「라디오한국」 등에는 매일 수십건씩의 피해신고가 접수되고 있다.

한인들은 『주위에 흑인들이 몰려들고 있다』 『히스패닉들이 약탈하고 있다』는 등의 급박한 전화를 걸어 한인자경대원이나 해병동지회원들의 출동을 요청했다.

긴장감이 계속 고조되자 대부분의 한인업소는 여전히 철시한채 바깥출입을 삼가는 등 사태를 관망하고 있으며 일부 영업을 재개한 곳에서는 무장경비원을 배치,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8가에서 가전제품 종합상가인 「정스백화점」을 운영하고 있는 육정박씨(48)는 『직원 25명이 교대로 백화점 옥상에서 철야경비를 서고 있으며 총기와 실탄도 충분히 준비해놓고 있다』며 『현재 LA한인타운의 분위기는 마치 월남전 당시 피아를 구분키 힘든 사이공 시가지의 불안한 분위기를 연상케할 정도』라고 말했다.

더구나 5일부터 이번사태의 발단이 됐던 로드니 킹 사건의 재심결정이 이미 내부적으로는 기각됐다는 소문이 번지기 시작하면서 살얼음판같은 긴장감이 더욱 고조돼 교포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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