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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경제관」 무엇인가/김인준 서울대·국제경제학(목요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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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경제관」 무엇인가/김인준 서울대·국제경제학(목요진단)

입력
1992.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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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중국의 왕양명은 알기는 쉽지만 행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런데 중국의 손문은 이를보고 다시 「지난행역」라고 했다고 한다. 행하기 보다도 오히려 문제의 본질을 알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일반사람들은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기도 실천에 옮기기도 모두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대통령에게 기대하는 것은 일반사람들에게서 기대하는 것보다는 훨씬 클것이다. 대통령이 보통사람이면서도 문제의 본질을 읽고 이를 실천에 옮기는 실천력을 갖추기 바랄 것이다.아마도 5월안으로 각당의 대통령후보들이 결정될 것이다. 대통령후보들은 정치뿐만 아니라 각자의 경제에 관한 비전과 철학을 밝혀 국민들의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다.

새로운 국제경제질서가 태동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가진 지도자가 더욱 필요하다. 동서냉전이 붕괴된 후 미국이 유일한 군사대국으로 남았지만,경제는 미국,독일,일본을 중심으로 다국화되고 있다. 정치적 균형과 경제적 균형이 불일치하고 있는 것이다.

벨(D Bell)교수가 지적했듯이 경제는 시장의 힘에 의해서 국경없는 세계경제를 창출하고 있지만 정치는 국가적 목표에 집착하는 민족주의(Nationalism)형상을 띠면서 국가적 갈등과 마찰을 심화시키고 있다.

또한 경제도 범세계화 현상(Globalization)을 보이는 가운데 지역중심의 무역과 자본의 자유화를 추구하는 지역주의(Regionalism) 현상도 함께 일어나고 있다. 우리도 국가간의 경제갈등과 동북아·아시아태평양·환태평양 경제권 형성 등 경제블록화 현상에 대해서도 비전을 가지고 대처해야할 때이며 지도자의 방향감각이 무엇보다도 요청된다.

한편 한반도 주변 여건변화에 따라 통일문제도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앞으로 남북 경제교류 협력방안과 구체적인 통일에 대한 경제비용을 생각하고 대비책을 강구해야할 때이다.

통일이 어쩌면 우리의 선택을 떠나서 빠른 현실로 나타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와같은 신경제질서 수립과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여건변화는 지도자의 비전과 강한 실천력을 요구하게될 것이다.

대통령후보들은 또한 경제목표와 정책을 제시하여 국민으로부터 평가를 받아야 할 것이다.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경제목표로는 경제안정·경제성장·경제개혁,그리고 경제정의 등을 생각할 수도 있다. 물론 이 4가지 목표가 서로 보완적인 측면이 강하며 이를 모두 달성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것이다.

아마도 이 목표를 모두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경제는 제약된 상황에서의 선택이다. 그렇다면 후보들은 이와같은 목표에 대한 우선순위를 정하고 이를 어떻게 달성할지에 대한 정책방향을 제시해야할 것이다.

이와같이 경제목표를 추구할 수 있는 정책수단으로는 넓게 금융·재정·산업·국토개발(주택포함) 그리고 교육정책 등이 있을 것이다. 아마도 정책이 경제에 미치는 속도가 빠른 것부터 나열하면 위의 순서가 될 것이다.

금융정책에서는 금융실명제·한은독립 등 제도개혁에 관한 문제와 경제개방과 관련된 환율·물가 등 거시경제정책의 방향이 논의돼야 할 것이다.

재정정책에서는 큰 정부·작은 정부 등 정부의 기능과 역할,그리고 국민복지정책의 방향과 적정규모에 대한 입장표명이 필요할 것이다.

금융·재정 등 거시경제 정책 못지 않게 앞으로 산업·국토개발·교육 등 미시경제정책의 중요성도 커질 것이다.

후보들은 새로운 국제화시대에 대비한 대기업정책·중소기업정책,그리고 연구개발투자정책 등 산업정책 방향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재벌의 소유와 분산문제,대기업의 전문화문제,중소기업 육성문제,대기업과 중소기업과의 관계,연구개발을 위한 산·학·연의 연계문제 등 산업정책에서 다루어야할 범위가 매우 넓다.

물론 21세기를 향한 산업정책은 정부의 직접적인 개입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국제화시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정부차원의 조정(Coordination)과 지침(Cuideline)의 범위를 밝혀야 할 것이다.

우리와 같이 국토가 좁은 국가에서는 안정적인 주택보급과 지방화·분권화시대를 맞이하여 종합적인 국토개발정책이 필요하다. 최근들어 거품경제현상이 부동산과 주식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점을 감안하면 정치·경제·사회의 안전을 위한 주택공급과 국토개발에 대한 지도자의 확고한 철학이 필요하다.

자원이 빈약한 우리가 가진 유일한 자산은 인간자본이다. 그리고 앞으로 첨단기술시대에 접어들어 인력개발과 과학기술개발은 그 나라의 미래를 결정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의 인력개발과 과학기술개발정책의 방향제시는 앞에 언급한 여러가지 정책들에 비해서 그 중요성이 결코 못지않을 것이다.

물론 대통령후보들이 경제에 관한 자세한 내용까지 알 수도 없고 알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비전과 경제철학을 대통령이 갖지 못한다면 그 경제는 갈팡질팡할 것이다. 따라서 적어도 대통령 후보들이 미래에 대한 어떠한 비전을 가지고 있으며 그와같은 경제철학과 비전이 일관성이 있는지를 우리 국민들이 알아야 할 것이고 대통령 후보의 한 자질로써 평가받아야 한다.

새로운 국제경제질서의 변화와 21세기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고 선진 경제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현실성에 근거를 둔 미래에 대한 확고한 비전과 추진력있는 지도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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