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폭동사태후 만난 독일인들에게서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란 말이 슬며시 나왔다. 「남 못되는 걸 즐긴다」는 의미이고,뒤집으면 「남 잘되는게 배아픈」 심사다.독일 통일전망에서부터 최근의 파업사업에 이르기까지 걸핏하면 「독일위기」론을 외치는 왜곡 과장보도를 거듭한 미국 등 외부언론의 자세를 독일 언론들은 샤덴프로이데로 규정했었다.
이 비뚤어진 심사를 가장 줄기차게 보여온 미국에 대해 이제 거꾸로 독일인들이 샤덴프로이데를 느낄만하지 않느냐는 얘기였다.
1일 노동절에 쉬고 2일 나온 독일 신문들은 미국사태를 냉정한 자세로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사설 등 논평을 통해 「내전에 버금가는 위기」로 평가하면서 방화범은 조지 부시라고 규정했다.
『국내에 화약고를 안은 채 국외개입 정책 등으로 호도해 온 결과』라는 지적과 함께 『부시는 대통령이 아닌,대통령후보의 이해에만 매달려 심각한 국내위기를 방치해왔다』고 매도했다. 냉철하지만 미국 언론의 과장된 「독일위기」론에 비할 수 없는 신랄한 톤이다.
미국 언론이 유별나게 독일에 대해 샤덴프로이데를 갖는 것은 피점령국이 일약 강대국으로 부상,국제정치든 경제든 자기주장으로 미국의 주도를 위협하기 때문이다. 서구 어디에나 있는 극소수 극우세력과 불량청소년들의 외국인 공격행위를 시대착오적인 나치악몽과 연결시켜 부각시키는 것도 독일의 도덕성을 매도,국제정치게임에서 기를 꺾으려는 저의로 독일은 보고있다.
그러나 오늘날의 독일 사회는 오히려 미국의 도덕성을 회의하고 있다. 독일인들은 스스로 과거에 대한 철저한 반성을 통해 민주주의와 분배정의 실현,국제긴장완화정책,인도적 지원 등 「도덕적」 처신으로 거듭났다고 믿고 있다. 이같은 시각에 빈부격차와 인종차별·범죄·제국주의적 외교 등으로 얼룩진 미국은 경제적 주도력과 함께 도덕성까지 상실한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
경제형편이나 사회안정 등을 기준으로 굳이 양측의 샤덴프로이데의 근거를 교량한다면,미국 언론의 샤덴프로이데는 우스운 착각이라고 할만하다.
한가지 웃을 수 없는 것은 우리사회가 미국 언론이 주도한 왜곡된 독일 위기론에 곧잘 동조하고 있는 현상이다. 우리도 통일 독일이 잘못되는게 즐겁거나,잘되는게 배아플 처지라도 되는지,미국 폭동을 보며 곰곰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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