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휩쓸고간 광란… 아직 곳곳 화염/기세 다소 꺾인 LA폭동 현장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휩쓸고간 광란… 아직 곳곳 화염/기세 다소 꺾인 LA폭동 현장

입력
1992.05.03 00:00
0 0

◎연방군 “작전태세 돌입” 경고/사망 대부분 흑인·히스패닉/빵구입 장사진 행렬 “우린 모스크바 사람” 농담한인타운을 휩쓸며 엄청난 재산피해와 인명살상을 가져온 로스앤젤레스시의 흑인폭동은 발발 나흘째인 2일 부시 대통령의 정규군 투입지시 등 적극적 공권력 개입을 계기로 어느정도 그 기세가 수그러드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킹 목사 육성녹음 방송

○…미 ABC 방송은 2일 자정께(한국시간 2일 정오) 헬기에서 잡은 LA 시가지의 밤 표정을 보여주며 화염이 치솟고 있는 곳은 한 지점에 국한돼 있다고 보도함으로써 「광란」의 이틀을 보낸 폭동기세가 꺾였음을 전했다.

ABC를 비롯한 각 방송들은 화면에 「미친 짓을 중단하라」는 자막을 넣어 시위자제와 질서회복을 요구했는데 흑인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인기토크쇼 「아시니 홀」은 폭동장면과 함께 지난 68년 암살된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유명한 연설인 「우리에게 꿈이 있다」는 육성녹음을 방영하며 폭동중지를 촉구.

○“겁주기 파병 아니다”

○…LA시 일원에 배치되기 시작한 4천명의 연방군은 부시 대통령의 명령만 떨어지면 즉각 작전을 개시할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미 국방부 관리들이 전했다.

이들은 파병이 『단순한 겁주기만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같이 전언.

이들은 급파된 병력의 개인화기가 M16 소총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며 작전이 본격화될 경우 「상황」이 어떨지 폭도들은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

톰 브래들리 LA시장은 이같은 부시 대통령의 연방군 동원조치에 대해 환영을 표시했으며 페티 윌슨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부시에게 LA를 재해지역으로 선언해줄 것을 촉구했다.

이와관련,미 언론들은 폭동의 기세로 보아 공권력의 강력한 개입없이도 사태가 해결될지도 모른다는 낙관론을 비치기도.

○소요사상 최대 피해

○…LA 시장실은 이날 흑인폭동으로 입은 피해는 당초 추산보다 훨씬 많은 5억∼5억5천만달러로 잠정 집계됐다고 발표.

또한 이같은 피해는 미국내 소요사태사상 가장 큰 것이라면서 잠정추산된 사망자도 40명으로 늘었다고 전언.

지난 29일 시작된 로스앤젤레스(LA) 인종 폭동으로 일본인 2명이 부상했다고 LA 경찰당국이 1일 밝혔다.

LA시내 주요 호텔들은 이날 일본의 유명 여행사들이 오는 6일까지 예약을 취소했다고 밝혔으며 한 현지 여행사 직원은 『LA를 비롯한 미국 서부해안이 위험한 장소라는 이미지가 일본인들의 마음에 새겨질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미국의 흑인 지도자들은 1일 부시 미 대통령을 만나 폭동에 휩싸인 로스앤젤레스의 질서 회복을 촉구하고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정의가 구현돼야 한다』고 경고.

미 흑인단체들을 대표하는 약 12명의 지도자들은 이날 백악관에서 2시간동안 부시 대통령과 만나 백인 경찰들의 흑인 구타사건에 대한 지난달 29일의 무죄평결에 분노를 표시하며 이같이 말했다.

○…폭동이 한풀 꺾이자 LA 시민들은 마치 전쟁피란민처럼 초췌한 모습으로 식품점 및 야채상 주유소 등지에 몰려 필수품과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비상식량 등을 구입하느라 분주.

이들은 대부분의 상점이 약탈당해 철시하는 바람에 여러군데를 돌아다녀야 했는데 열려있는 상점수가 적어 가게마다 긴 줄서기가 일반적인 풍경이 됐다.

우유와 빵을 사기위해 줄 가운데 서있던 한 시민은 「모스크바 사람이 따로 없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공공기능 마비상태

○…흑인폭동이 다소 진정된 1일 LA시내는 모든 공공기능이 대부분 마비돼 많은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현금을 마련할 수 없다는 것. 은행이 전소돼 업무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수표를 바꿀 곳도 마땅치 않아 현금을 구하기 위해서는 시외로 나가야 할 형편.

설혹 현금이 있다 해도 대부분의 상가가 철시해 정작 사용할 곳도 별로 없는 형편.

○…LA 유혈폭동으로 희생된 사망자 44명 대다수는 흑인과 히스패닉계이지만 백인 5명과 교포 대학생 이재승군 등 아시아계 2명도 포함돼 있다고 로스앤젤레스 검시당국이 2일 발표.

검시당국에 따르면 28명이 총상으로 사망했고 윤화로 1명,화상으로 3명,자상으로 1명,그외 나머지는 구타당해 사망.

검시당국은 사망자의 연령층이 10대 후반부터 50대에까지 분포돼 있다고 밝혔다.

총상 사망자중 히스패닉계 경비원 1명은 한인 교포상점을 지키다 변을 당한 케이스.

○…LA 흑인 소요를 촉발케 한 장본인인 로드니 킹은 2일 상오(한국시간) 이번 사태 발발후 처음으로 공석에 나타나 『폭력은 옳지 않다』며 자제를 간절히 호소.

자신을 구타한 백인 경찰관들이 무죄 평결된후 심리불안으로 정신과 의사의 치료까지 받은 그는 기자회견에서 『불을 지르고 약탈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소요 진정을 촉구.<로스앤젤레스 미주본사="특별취재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