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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생활 18년 피땀 잿더미로/LA서 금은방 경영 박화경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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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생활 18년 피땀 잿더미로/LA서 금은방 경영 박화경씨

입력
1992.05.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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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 일하며 모은 30여만불 재산/흑인방화로 하룻밤새 모두 잃어폭동의 진원지인 사우스센트럴 지역에서 금은방을 경영하는 박화경씨(63)는 18년의 이민생활 끝에 피땀 흘려 이룬 전재산을 잿더미로 날려보내고 넋을 잃고 있다.

폭동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들은 박씨는 흑인들의 약탈에 대비,고가 귀금속은 모두 금고속에 집어놓은뒤 문을 잠그고 서둘러 귀가했다.

폭도들이 약탈은 물론 방화까지 자행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우리 가게만은 괜찮겠지』라고 애써 자위하며 뜬눈으로 밤을 새운뒤 날이 밝자마자 금은방으로 달려간 박씨는 완전히 쑥대밭이 된채 시커먼 연기를 토해내고 있는 가게를 보고 그만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래도 금고만은 무사할 것으로 보고 제지하는 경찰의 눈을 피해 들어가 불씨가 아직 남아있는 잿더미 속을 파헤쳐 겨우 금고를 찾아내긴 했으나 그나마 열기에 녹아버려 단 1개의 보석도 건져내지 못했다.

박씨는 이번 폭동으로 식당 주방일 등 굳은 일을 해가며 모은 30여만달러를 하룻밤 사이에 잃고 알거지가 돼 버린 것이다.

잿더미 앞에서 줄담배로 울분을 삭이던 박씨는 주변에 자신보다도 더 딱한 동포상인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깨끗이 잊어버리고 새출발 하자』며 용기를 복돋우기에 여념이 없다.

동포들을 격렬하느라 분주한 박씨는 『평소 아들같이 친하게 지내던 흑인들이 가게의 보석을 털어가는 것도 모자라 불까지 지른 것을 보고 배신감을 떨칠 수가 없다』며 『이제 흑인지역에서의 장사는 더이상 불가능할 것 같다』고 말하고 막막한 앞날을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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