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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악이 될까」 걱정된다/이행원 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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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악이 될까」 걱정된다/이행원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2.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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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번이나 뜯어고치고 바꾼 대학입시제도­. 그 숱한 변천속에서도 가장 잘 만들어졌다는 「새대입제」가 정작 시행도 되기 전에 엄청난 혼란과 부작용을 낳고 있다.교육현장인 고교에선 대학들이 국·영·수를 본고사에서 빼주도록 대학들을 유도하겠노라 큰소리 쳤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이름깨나 있다는 전국의 34개 대학들은 국·영·수 중심의 4∼2과목을 시험치기로 결정해버려 교육일선의 애타는 진정을 외면해 버렸던 것이다. 생각하지도 않았던 「일본어 선택제외」 파동까지 일으켜 놓았다.

당황해서 갈피를 못 잡는듯 했던 교육일선은 「우수반편성」 등으로 치열한 경쟁입시 교육에 휘말려 파행수업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입시교육 포기움직임도 일고 있으며,공·사립교장단은 지난 23∼24일 각각 회의를 열고 대학측의 재고를 촉구하고 나섰다.

교육부도 지난주초에 시·도교육감회의를 긴급소집해 우열반 편성운영 금지엄명을 내렸다지만,그것이 얼마나 먹혀 들지는 아무도 모른다.

고교교육의 「정상화」와 대학의 「자율권신장」이란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던 「새제도」가 대학들만 신나게하고 고교교육은 결단내는 악재로 둔갑한것 같으니 아이로니컬하기까지 하다.

제도마련을 하기까지 4년여에 걸쳐 겪었던 진통과 논란들은 지나간 난제였다고 할것이다. 대학들이 이기와 편의에만 집착해 교육현장에 안겨준 부담과 수업파행의 역기능들은 일선고교들이 고난을 당하면서 풀어야할 눈앞에 닥친 난제다. 대학들의 저능아같은 현실감각을 아무리 탓해봤자 메아리도 없다.

「새입시제」가 쏟아 내고 있는 난제들은 이것들 뿐이 아니다. 또다른 난제중 첫번째는 수학능력시험의 실체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교육평가원은 지난해 4차례에 걸쳐 시험문제를 개발해 실험측정을 하고 문제유형을 공개했다지만,고교 수험지도교사들과 절대다수 고2생들은 아직도 그것이 학력고사와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지를 잘알지 못해 불안해하고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평가원은 올해 3차례 더 모의 수학능력시험문제를 개발해 연 인원 35만명의 고2생들에게 실험평가를 한다지만,지난해 방식대로라면 수학능력시험에 대한 불안을 효과적으로 해소시킬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만에 하나 그게 제대로 안된다면 고교교육에서 입시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장치로 어렵사리 도입한 수학능력시험 또한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할게 뻔하다.

또다른 난제는 수학능력시험 「2회의 시기」를 언제언제로 정하느냐는 것이다. 첫 시험시기를 고3의 1학기중으로 정하면 그 시점이 바로 「고3의 수업 끝」이 돼 버린다. 이것 역시 고3수업운영의 파행이며 교과과정 이수의 변칙이 아닐수 없다.

「2차례시험제」를 도입한 취지를 살리자면 시차가 최소한 3개월은돼야하고 두번째 시험일은 대학본고사 보다 한달반은 앞서 시행해야 한다는 원칙이 전제돼야 한다. 또한 그 시기 결정은 빠를수록 좋고 늦어도 연내에는 이뤄져야 한다. 역시 중지를 모아야할 쉽지 않은 문제다.

그런데 교육부는 시기결정을 위한 작업에 손도 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뒤늦게 허둥대다 또 우를 범한다면 「새대입제」는 문제투성이가 되어,개선이 아닌 개악의 제도가 될까 염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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