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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150곳서 동시에 난동·총격/LA 인종폭동 현장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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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150곳서 동시에 난동·총격/LA 인종폭동 현장르포

입력
1992.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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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림받았다” 분노집회로 시작/어두워지자 도로점거 폭도화【LA미주본사=김성환기자】 29일 하오 7시 흑인사회의 대규모집회가 열리는 퍼스트에이미교회(2270 하버드) 주변에는 분노한 흑인들로 온통 가득했다. 주차장소가 없어 교회에서 한참 떨어진 주택가에 차를 세우자 60대흑인 한명이 다가와 지나가는 말처럼 한마다 던졌다. 『교회에서 이곳까지 걸어오다 총을 맞을뻔 했어요』

선량하게 생긴 이 흑인노인의 충고를 지나친 노파심으로 치부해 귓전으로 흘려들은 기자는 사람들의 무리속에 섞여 교회로 향했다. 집회가 이미 시작되어 교회건물 안팎은 5천여명의 인파로 발디딜 틈이 없는데도 남녀노소의 흑인들이 자동차로,도보로 계속 밀려들었다. 옥외스피커에는 이번 평결을 비난하는 분노의 육성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 바로 이때 교회주변에 몰려 있던 청년층들은 연설의 열기에 마치 감전되기나 한듯 저마다 각목과 쇠몽둥이를 든 채 워싱턴가로 우르르 몰려 나갔다.

「정의없이는 평화없다」며 인종주의자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며 이들은 일순에 도로를 점거했다. 이들은 워싱턴가를 따라 동쪽으로 향해 가면서 셔터가 내려진 마켓과 리커 스토어를 각목으로 부수고 길가에 주차한 자동차의 유리창도 무차별 박살냈다. 이들은 이미 유리창이 박살나고 진열장의 물건이 흩어진채 문이 닫힌 하버드와 워싱턴가 어귀의 한인경영 리커스토어 잿스에 각목을 휘두르며 분풀이를 하고 있었다. 이들 시위대들은 허공을 향해 십여발의 공포를 쏘아댔다.

난동이 이처럼 도를 더해가는데도 경찰은 끝내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었다. 아무런 저항에 부딪치지 않은 사위대는 떼를지어 워싱턴가를 따라 동쪽으로 몰려가고 있었다. 전쟁터와 흡사한 살벌한 분위기가 도심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이들의 난동이 극에 달한 8시30분께에도 교회예배당에서 잔디밭까지 촘촘히 들어찬 흑인청중들은 그들대로 흑인지도자들의 연설에 따라 종종 주먹을 흔들어 대며 분노를 뜨리고 있었다.

이들의 열기와 흥분을 뒤로 하고 워싱턴가 건너편에 세워둔 승용차로 돌아가려했지만 총성이 간간이 들리고 있는 워싱턴길로 다가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궁여지책으로 교회입구를 빠져나오는 흑인청년의 흰색 승용차에 편승했다. 다행히 흑인시위대를 만나지 않고 승용차로 돌아올 수 있었다. 기자는 승용차로 워싱턴가를 피해 골목길을 통해 웨스턴가로 나갔다. 웨스턴에는 도로에 세워진 쓰레기통이 뒤집혀 있었고 돌멩이가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9시를 간신히 넘김 시간인데도 대부분 상점들은 이미 문을 닫고 지나가는 차량도 드물어 무거운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 흑인 시위대는 눈에 띄지 않았지만 길거리를 지나는 흑인들은 자동차를 향해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

제퍼슨길에도 가게들의 문이 굳게 닫혀 있었고 한 리커 스토어 유리창이 박살난 것이 보였다. 버몬가를따라 북상하면서 9시30분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철시한 가게들이 이곳저곳에서 눈에 띄고 거리에는 흑인청소년들만이 활보하고 있었다.

▷미주본사 특별취재반◁

취재:조윤성기자 문태기기자 이한욱기자 김성환기자 하천식기자

사진:박세훈기자 유근식기자 김정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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