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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선판세 뒤흔든다/기업인 정치변신 페로 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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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선판세 뒤흔든다/기업인 정치변신 페로 강진

입력
1992.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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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지전적 억만장사 「미국판 정주영」/경제실정 성토 “큰 호응”/부시와 인기도 맞먹어【뉴욕=김수종특파원】 11월의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미국이 로스 페로 돌풍에 휘말려 가고 있다.

페로 돌풍은 올 연말 역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예상되는 정주영 돌풍과 너무나 흡사한 면을 갖고 있어 한국인의 관심을 끌만하다. 비슷한 시점에 실시될 양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한국과 미국의 기존 정치권이 6개월 전만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억만장자의 도전을 받게됐다. 특히 이들 두 사람은 현직 대통령의 무능을 강력하게 비난하고 나서 「성난」 유권자의 지지를 모으고 있다는 점에서,또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까지는 안되더라도 결정적 영향을 주리라는 측면에서도 비슷한 정치적 변수를 안고있다.

3·24총선전 정주영씨의 창당이 별 의미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던 한국정계의 예상과 같이 미국정가도 로스 페로의 인기를 경제불황 등에 대한 유권자의 블만으로 해석하는 경향이었으나,최근 뉴욕타임스·CBS 여론조사 결과가 공표되면서 민주·공화 양당 선거참모들은 신경을 적잖이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20∼23일간 미국전역의 성인 1천5백30명을 추출해 실시한 이 여론조사에서 「오늘 선거를 한다면 누구를 찍겠는가」라는 설문에 23%가 페로를 지지했고,38%가 부시를,또 28%가 클린턴을 지지하겠다고 응답했다. 또 지난 23∼26일 사이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페로가 32%로 33%의 지지를 확보한 부시에 바짝 근접,「페로 돌풍」을 실증했다. 한달전의 여론조사에서 페로는 16%,부시는 44%,클린턴은 31%의 지지도를 보였었다.

한국과 미국은 문제의 원인은 다르지만 비슷한 정치적 환경에 놓여 있다. 기존 정치권 특히 집권당이 국민적 불신을 똑같이 사고 있다. 노태우대통령이 북방외교로 외치에는 업적을 세웠지만 경제정책의 실패에 국민의 관심이 쏠리는 판이고,미국에서도 부시 대통령이 외교는 잘했지만 국내경제가 엉망이라고 대통령에게 화살을 돌리는 판이다. 요약하면 미국에는 소련이 사라지고 한국에는 북한의 존재가 왜소해지면서 전후 정치를 지배해 오던 안보논리가 두 나라에서 미약해진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두 나라 집권당에 도전하고 나선 사람들이 억만장자의 기업인이라는 일치점이 흥미 있다. 로스 페로는 젊었을때 말조련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입지전적 인물로 컴퓨터 서비스업으로 크게 성공,현재 개인재산이 25∼35억달러로 알려지고 있다. 정주영씨 또한 자기 재산이 3조원에 이른다고 말해 소유재산도 비슷한 셈이다. 특히 이들은 정부의 협조내지는 특혜아래 돈을 벌었고 이제 그 정부에 도전한다는 유사점을 갖고 있다. 로스 페로는 부시 행정부를 향해 『아무것도 못하는 정부』라고 비난을 퍼붓고 있다. 일이 터지면 기자회견이나 하지 정작 필요한 일은 안한다고 나무란다. 그는 『도로가 파이면 삽과 아스팔트통을 들고 길로 나가야지 기자회견장으로 가서는 안된다』며 행정부의 타성을 지적하고 있는데,정주영씨도 공무원들의 타성과 부패를 꼬집으며 정치를 시작했다.

로스 페로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다면 약 1억달러 정도를 쓰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선거자금 사용 관행이 달라 비교하긴 힘들지만 정주영씨도 로스 페로에 못지않은 선거자금을 독자적으로 조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언론들은 페로가 대통령에 출마하려는 것은 과거와는 달리 돈으로 권력을 사려는데 대한 미국인들의 거부감이 약해졌기 때문이라고 전하고 있다. 페로 자신도 『국민의 봉사자가 되기 위해서는 돈을 쓸 수 있다』고 대담하게 말하고 있다. 재벌 총수의 출마에 대한 한국 유권자의 반응은 지난 총선에서 일차로 표출됐다고 할 수 있다.

과연 대통령 선거에서 어떤 변수가 될 것이냐하는 점에서도 로스 페로와 정주영씨는 비슷한 위치를 점하는 것 같다. 미국의 많은 정치분석가들은 페로의 인기는 기존 정치에 대한 불만의 표출일 뿐이지 막상 선택을 하게되면 유권자들은 민주당이나 공화당 후보에게 쏠릴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즉 로스 페로 돌풍은 미국정치에서 나타나는 일시적 물거품 현상일 뿐이라는 것이다. 또 복잡한 민주정치의 과정을 선거직 공무원을 경험하지 못한 기업인이 독재적인 기업운영 방식으로 운영해 나갈 수 있느냐는 의구심을 강력히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로스 페로의 등장이 당선까지는 못가더라도 선거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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