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본」 일방선정등 작위 잦아/의뢰인 뜻대로 결과도출/진정한 공론형성에 방해/자질미달 조사원·전화이용도 문제작위적이고 신뢰성이 박약한 여론조사가 남발돼 진정한 여론소재 파악과 건전한 공론형성을 방해하고 있다.
여론조사의 필요성이 커짐에 따라 현재 국내의 전문조사기관은 G M R사 등 업계에서 「메이저」로 통칭되는 5개사를 비롯,30개 이상으로 늘어났고 대학·사회단체까지 1백군데가 넘는 곳이 여론조사를 맡고 있는데 이들중 일부가 의뢰인의 의도대로 조사결과를 도출해내거나 여론을 조작,여론조사의 공신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지난 14대 총선에서 모지역구에 출마한 A·B후보는 각각 권위를 내세우는 2개 기관에 지지율조사를 의뢰,양측모두 95% 이상의 신뢰도로 당선된다는 통보를 받았으나 정작 당선자는 엉뚱한 제3의 후보였다.
지난 총선때 여론조사작업에 참여한 C사의 박모씨(32)는 『총선전에 전혀 지역사회에 알려져있지 않은 모후보측이 여론조사를 의뢰하면서 인기도 문항을 넣어줄 것을 요구하는 바람에 다른 항목은 정상 조사를 한 뒤 인기도는 후보측이 실망하지 않을 정도의 수치로 작성해준 적도있다』고 털어놓았다.
정치여론조사외에 시장조사·제품선호도 조사 등 일반기업이 의뢰하는 조사도 의뢰인의 구미를 맞추는 일이 잦다. 해당기업측은 조사내용이 부실하거나 오도된 것을 알면서도 자사PR에 이용,선의의 피해자인 동종업체로부터 항의를 받는 일까지 생긴다.
권위있는 기관을 자처하는 모조사업체에서는 최근 의뢰인의 끈질긴 요구에 따라 기본적인 신뢰도조차 인정받을 수 없는 소규모 집단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결과를 공개했다가 스스로 공신력에 먹칠을 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특정한 답변을 유도하는 설문에 제시하거나 표본집단을 일방적으로 선정하는 방법 등으로 얼마든지 여론조작이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A사의 이모씨는 조사대상자 1인당 1만5천원가량 드는 경비를 줄이기 위해 방문조사대신 신뢰성이 낮은 전화조사를 실시하거나 조사기관 급증으로 자질미달의 조사원이 증가하는 것도 조사를 부실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립대 강사 김선업씨(32·사회학)는 『이같은 문제점때문에 학계에서는 여러기관이 공동작업을 하는 여론조사풀(pool) 제도입이나 전문가집단의 검토단계를 거치도록 의무화하는 등 제도적 개선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강대 유재천교수(신방과)는 『전문인력확보의 어려움과 조사방법상 문제,우리사회의 구조적 특성에 대한 연구미흡 등의 여건과 정당·기업 등의 의도된 PR용 여론조사의 남발 등으로 인해 대학부설연구소나 일부 업체를 제외하고는 상당수 조사기관이 신뢰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등에서는 여론조사결과를 밝힐때는 ▲표본의 특성 ▲조사방법 ▲표본의 크기 ▲질문지내용 ▲조사일시 등을 오차율과 함께 명기토록 의무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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