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발된 것만도 적자액의 1/3넘어/은행 과당경쟁·「눈먼」 세관검색 곳곳 허점28일 검찰에 적발된 외환 해외밀반출사건은 해외여행자의 현금휴대에 따른 분실·도난 등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고안된 여행자수표(T/C)가 밀수자금과 재산해외도피수단 등 「검은자금」으로 악용되고 있음을 보여준 충격적 사건이다.
더욱이 T/C 불법매매조직과 암달러상들이 89년초부터 해외여행자를 가장,시중은행에서 불법매입해 해외로 빼돌린 T/C가 무려 2억4천4백만달러(한화 1천8백억원상당)를 넘고 있어 최근의 여행수지 적자의 원인이 단순히 해외여행자의 급증과 과소비만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검찰이 적발한 91년 한해동안의 T/C 밀반출액 1억3천만달러는 지난 1년간 발생한 여행경비부문 국제수지적자 3억3천9백만달러의 3분의 1을 넘는 엄청난 규모다. 검찰은 적발되지 않은 T/C도 상당량인 점을 감안할때 T/C를 이용,밀반출된 밀수자금·재산해외도피자금이 여행경비부문 국제수지 적자의 대부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처럼 대량의 T/C가 해외로 밀반출될 수 있었던 것은 시중은행들의 과도한 T/C 판매경쟁에 기인한다.
시중은행들이 홍콩에서 주로 수입하는 달러화는 수송·보관료때문에 판매이익이 거의 보장되지 않는 반면 T/C 위탁판매 수수료는 판매액의 0.57%인 달러당 3∼4원으로 책정돼 있다. 이 때문에 시중은행은 지점별로 한달에 1백50만∼3백만달러의 무리한 목표액을 할당했고 담당직원들은 실적을 채우기 위해 판매규정을 무시하기에 이르렀다.
시중은행이 T/C를 판매하려면 여권 원본을 제출받아 본인여부를 확인한 뒤 자필서명을 받아야 하는데도 이번에 적발된 7개 시중은행은 여권사본만 제시하면 무조건 1매 한도액인 5천달러씩 판매하거나 심지어 여권사본이 없어도 T/C를 판매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D은행 영등포지점의 경우 T/C 판매조직의 사무실에까지 찾아가 출장판매를 해온 것으로 밝혀져 정부차원의 외환관리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9월 검찰의 수사가 시작된 이후 시중은행의 T/C 판매량이 목표액의 10∼20%정도로 대폭 떨어진 것은 그동안 대부분의 T/C 거래가 비정상적으로 이루어져왔음을 보여주는 일이다.
검찰은 T/C의 불법공급이 차단된 이후 금도매시세가 3천원정도 오르고 결혼철인데도 금거래가 거의 중단된 것은 T/C의 상당부분이 금괴밀수자금으로 사용됐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밀주조직 등이 외환밀반출 수단으로 T/C를 선호하는 것은 부피가 적어 휴대,밀반출이 용이한데다 공항 등에서 X선투시기를 통과할때 사진이나 수첩인것처럼 나타나 쉽게 적발되지 않기때문이다. 세관당국은 T/C에 금속성분이 코팅돼 있지 않아 달러나 엔화처럼 적발이 쉽지 않으며,87년 해외여행자유화조치 이후 여행객수와 화물량이 크게 늘어나 T/C를 화물에 숨겨나갈 경우 검색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김포공항을 통해 밀반출하려다 적발된 T/C는 90년 1백85달러,91년 1백94만달러로 불법유출된 T/C의 2%에 불과한 실정이다.
검찰은 T/C 밀반출이 국제수지적자 가중의 중요한 원인으로 밝혀진 만큼 관세청 등 관계당국과 협조,T/C의 해외밀반출 방지대책을 수립할 방침이다.<고재학기자>고재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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