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적 장치」 겨냥한 충격 요법/“분위기 심각” 극약처방 일수도민자당의 대통령 후보경선을 둘러싸고 김영삼·이종찬후보 진영이 「세과시」와 「정치공세」로 갈등이 첨예화 되고 있는 가운데 이 후보가 불공정한 기류에 반발,「중대결심」을 표명하고 나서 주목되고 있다.
이 후보는 전날 광주·전남 지구당 위원장들과의 모임에서 경선에 임하는 자신의 단호한 입장과 심경을 밝힌데 이어 28일 전북 지구당 위원장 모임 및 관훈토론회서 거듭 「조건부 경선거부」 입장을 시사함으로써 그의 결심과 이에따른 거취가 새삼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
이 후보는 27일 밤 광주·전남 지구당 위원장 모임에서 『모양 갖추기 경선이라면 참여할 의사도 의미도 없으며 또 그럴 가치도 없다』면서 『앞으로 2∼3일 더 참고 지내보면서 끝내 자유경선의 취지에 어긋나는 일이 계속된다면 심각한 결론을 내릴 생각』이라며 경선을 거부하겠다는 자신의 의중을 거듭 확인했다.
○…이 후보가 이같이 「중대결심」 발언을 한 배경은 크게 세가지로 요약되는 것 같다.
첫째는 여권 핵심부가 그동안 자유경선 원칙과 「엄정중립」을 수차례 공언해왔지만 경선이 내면적으로는 작위적인 구도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여러 징후를 포착했기 때문이다. 박태준 최고위원의 불출마에 따른 외압설이후 자신으로 반 김 진영의 후보단일화가 성사된 것도 「YS승리」를 전제로한 「들러리」 경선구도라고 판단하기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이 후보는 지난 8일 JP가 노 대통령과 청와대 회동이후 미묘한 행보를 취해왔고 그가 박 최고위원과의 단독회동이후 박 최고위원이 불출마 결심을 굳힌 것이나 끝내 27일 YS지지를 선언한 대목 등이 여권 핵심부의 의중에 따라 이뤄졌다는 심증을 굳히고 있다.
이 후보 진영은 이미 후보등록 이전에 일방적인 「편가르기 구도」가 설정됐지 않나 하는 의구심을 떨구지 못하는 모습이다. 김윤환 전 총장을 비롯한 친 김 진영 핵심 인사들과 정부 고위직 인사들까지 가세해 원내외 인사들을 상대로 『대통령의 결심이 섰는데 뭘 꾸물거리느냐』 『앞으로 정치를 하지 않을 것이냐』는 강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주장이고,나아가서는 각종 정부 요직·국회직·당직을 입도선매 했다고까지 반발하고 있다.
이 후보 진영은 바로 이런 대목이 작위적인 경선구도의 실체라고 강조한다.
이 후보 자신이 전날 청와대 오찬회동에서 경선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낱낱이 지적하면서 『대통령 측근이라는 사람들이 지구당 위원장은 물론 대의원들에게까지 특정후보 지지압력을 가하는데 어떻게 자유경선이 되겠느냐』며 불만과 함께 불공정 분위기 시정을 촉구한 것도 이와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이 후보측은 심지어 여권 핵심부와 YS측이 『경선에서 상처를 입으면 정권재창출에 어려움이 있다』고 공언하면서 8대 2 또는 7대 3으로까지 구체적으로 득표목표를 설정,이를위한 사전조정까지 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강한 반발을 보이고 있다.
둘째는 자유경선을 위한 제도적 장치확보와 공정한 경선분위기 전환을 모색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 같다.
이 후보 진영은 이미 경선 전당대회가 정책대결의 장이 돼야한다면서 합동연설회 개최 및 전당대회 당일 정견발표 기회보장 등을 주장해왔으나 김 후보측이 반대하고 있는데다 여권 핵심부나 당 선관위 조차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아예 개인연설회 개최를 유보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물며 노 대통령 자신도 「정책대결」을 수차례 강조하고 있으나 이에 부응하는 조치가 수반되지 않고 있는 점에 강한 불만을 보이고 있다. 이 후보도 전날 노 대통령을 비롯,여권 수뇌부가 참석한 청와대 회동에서 또다시 「공정한 여건조성」을 요구했으나 자신의 주장이 아예 「묵살」되는 분위기를 감지,결국 「극약처방」쪽으로 선회한 것으로 관측된다.
셋째는 이미 후보등록 전에 제기됐던 「외압설」이 중단 되지않은채 오히려 확산되고 있으며 이같은 상황이 계속될 경우 자유경선 취지가 무의미하며 후보당선 가능성 역시 무망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이 후보 진영은 『김 후보를 돕기위해 당외에 원내외 지구당 위원장을 상대로한 「전담팀」이 구성돼 있으며 핵심 대의원들에게 유형 무형의 압력 등을 전개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그에 대한 물증을 공개하겠다는 강경한 자세까지 감추지 않고 있다.
이 후보측은 여권 핵심부에서 자신의 선거대책본부 관계자에게까지 외유를 권유하고 있으며 중진급 인사에게는 「적극적 활동」을 자제하라는 「외압」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분통을 터뜨리는 모습이다. 이 후보 자신 역시 지난 25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국회의원직 사퇴」까지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후보는 최근 핵심측근들에게 『들러리 경선에 나갈 필요가 있느냐. 차라리 물귀신 작전을 하는 것이 낫겠다』고 착잡한 심경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지는 등 어려운 그의 처지가 계속 감시되고 있다.
○…이 후보가 「중대겸심」 발언을 함으로써 그의 거취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으나 아직은 이 발언의 하중이 「공정한 게임의 틀」 관철에 맞춰져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다시말해 「선여건 조성 후경선 참여」라는 입장아래 경선거부를 배수진 카드로 계산한듯 하다.
이 후보 진영 일각에선 경선거부→탈당수순을 제시하고 있으나 현재로선 국면전환을 겨냥한 「충격요법」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 후보는 빠른 시일내에 제도적 장치 보장·자유스런 경선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을 경우 「정치공세」 차원을 떠난 명분을 축적한뒤 중대결단의 극약처방을 구체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한편 이 후보 진영은 이날 상오 박태준 최고위원 채문식 선거대책 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중앙대책위 모임을 갖고 이 후보의 「심각한 결심」 입장 표명에 따라 경선의 불공정성을 시정토록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기로 결정하고 나섰다.
회의가 끝난뒤 최재욱 대변인은 『후보는 대의원 앞에 나서서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줄 의무가 있고 이 의무에 응하지 않는 것은 대의원의 자유로운 선택권을 박탈하는 것』이라며 당 선관위에 대의원의 선택권이 보장되도록 김 후보측에 필요한 권고를 해줄 것을 촉구했다.
박범진 비서실장은 이 후보 발언의 진의와 관련,『공정한 경선이 보장될 수 있도록 노 대통령과 김 대표에게 촉구하는 의미가 담긴 것』이라며 『이 후보로서는 모양 갖추기식의 경선에 가만히 앉아서 들러리서지는 않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 진영은 또 「김 후보가 이 후보와 동렬에 설 수 없다」는 김 후보측의 합동연설회 불가이유에 대해 『당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후보등록을 하는 순간부터 모든 후보는 동격』이라며 『그같은 발상은 권위주의적이고 비민주적인 사고에서 나온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조명구·신재민기자>조명구·신재민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