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한 사건들」… 정신대문제 등 다뤄/“마치 파리 죽이듯 죄책감 전혀 없었다”【런던=원인성특파원】 영국의 공영 BBC TV가 26일 2차세계대전중 일본이 저지른 만행과 이를 오늘날까지 은폐·왜곡해온 과정을 추적한 다큐멘터리를 방영해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이날 저녁 9시30분부터 1시간동안 방영된 이 프로그램은 「불행한 사건들」이라는 제목아래 정신대 징발과 양민학살 등의 일제만행을 당시 피해자와 일본군 가해자의 입을 통해 폭로하고 이러한 역사를 숨기기에 급급한 일본 정부의 태도를 비난했다. 인터뷰에 응한 정신대 피해자들은 증언도중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으며 양민학살을 자행했던 당시 일본군인 3명은 『우리는 다른 아시아인들을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도록 세뇌받았으며 그들을 마치 파리 죽이듯 아무런 죄책감없이 학살했다』고 실토했다.
이들은 또 자신들이 과거를 뉘우치고 진실을 밝히자 일본내 극우 단체로부터 죽여버리겠다는 위협을 받았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저명한 다큐멘터리 제작자인 조나단 루이스와 BBC 도쿄특파원 고든 브루허가 공동제작한 이 프로그램은 일본 학생은 미국의 원폭투하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고 있지만 일본이 이웃나라에 저지른 만행에 대해서는 거의 알고 있지 못하다고 꼬집고 솔직한 답변을 회피하는 일본 정부대변인의 태도를 통해 일본의 기만적인 자세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이 대변인은 『일본은 왜 최근 새로운 증거가 제시되기 직전까지 정신대 징발이 일본 정부와 무관하다고 부인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화난듯한 표정으로 10여초 이상 대답을 하지않다가 재차 되묻자 『그러한 질문은 공정하지 못하다』며 곤혹스런 표정으로 답변을 회피했다.
이 프로그램은 독일과는 달리 이처럼 과거사를 철저히 은폐·왜곡해온 일본이 경제력에 걸맞게 세계의 지도적인 국가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을 제기했다. 마지막 부분에 등장한 이광요 전 싱가포르 총리는 『일본이 과거의 학살을 솔직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해 이같은 질문에 답을 제시했다.
올해들어 영국신문이 정신대 문제를 간간이 보도하기는 했으나 공영방송인 BBC가 장시간에 걸쳐 방영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의 대유럽 투자중 절반을 영국이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영국은 일본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이 너무 충격적인 내용이라는 이유로 BBC 안에서도 논란을 거듭하다가 당초 예정보다 방영이 늦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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