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조율 필요한 군의 민주화(사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조율 필요한 군의 민주화(사설)

입력
1992.04.26 00:00
0 0

선거와 시국에 대처해 만든 것으로 보이는 군의 관련문건이 여러개 드러나 야당이 이 문서들의 출처를 밝히라는 내용의 공개질의서를 국방부장관에게 보냈다고 한다. 국방부측은 즉각 이 문건을 공개한 공선협의 발표내용중 금서목록과 관련된 일부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고 조작된 문서일 가능성 등을 조사하겠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보도되었다.공선협이 공개한 문건이 사실인지 여부를 가리기에 앞서 우리는 군의 대 국민신뢰에 손상이 갈 이같은 시비가 자주 반복되고 있는 사태에 대해 매우 유감으로 생각하며,이같은 일이 다시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개선대비책을 군당국이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군이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킨다는 대명제때문에 일반사회에 비해 수구적이고 방어적이며 폐쇄성을 가질 수 밖에 없는 특수성을 지니고 있음을 이해한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과 국내외의 정세에서 딱부러지게 분리될 수는 없다. 우리군의 사병들이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고학력 수준이라는 점에 비추어볼때도 일반화된 출판물이나 TV 방영내용의 특정부분이 금기시되거나 차단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음을 누구나 쉽게 잘 알 수 있는 일이다. 지난 총선때 발생한 군부재자 투표부정이 일부 부대에서 행해진 제한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반향이나 역기능이 엄청났던 것은 민주화로 인해 세상이 많이 변한점 때문이기도 하지만 군의 하부구조가 이제 옛날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깨어있기때문에 가능했다는 점을 인식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우리는 국방부의 한 관계자가 금서목록이 일부 부대에서 작성됐거나 아니면 5공때 배포된 것을 그대로 답습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는 점이 좀더 솔직한 견해가 아닌가보고 일단 부인하고 보자는 식의 경색된 관행에서 탈피할 것을 권고하고 싶다.

군의 민주화 의지에도 불구하고 최근 잇달아 불미한 사건이 등장하고 있는 것은 군의 민주화 자세가 전체적으로 정리돼 있지않거나 지휘관에 따라 들쭉날쭉하고 있기때문에 구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고 볼수도 있다. 우리는 국방부장관과 군 수뇌진이 진지한 논의를 통해 군민주화의 각론을 확정짓는 편이 현명한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민주화 가시화나 그에 따른 군의 위상에 대해 군지도자들간에 이견이 존재하고 갈등의 소지가 있다면 작은 것은 쉽게 지킬 수 있을지 모르나 큰 것을 잃을 수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군이 정치적사건에 휘말려 형평과 냉정이 흔들리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러나 국민들은 군이 유연하지 못한 사고방식이나 성역화의 생리를 과감히 털어내지 못하고 계속 진통하는 모습을 보기도 원치 않는다. 군은 깊고 넓은 시야와 탄력성을 지니고 있음을 국민들에게 보일 의무가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