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3천명 배출 “자격증 전락” 여론/파행적 「논문심사 관행」 탈피 필요/자격시험 전국적 실시… 학술·전문등 종류도 세분화돼야학자의 권위와 명예의 상징인 박사학위의 공신력 회복이 시급하다.
박사학위는 60년대 이후 대학원의 양적인 팽창과 함께 양산되고 있어 논문심사의 엄정성에 논란이 계속되는 등 대학의 질을 저하시키는 만성적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교육부가 최근 대학원 설치기준령을 제정,계열별 전담교수를 배치하고 학위심사기준을 강화하기로 한 것은 결국 우리나라 대학원 교육의 질을 높여 박사학위의 공신력을 회복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집계에 의하면 지난 1년 동안 전국고등교육기관(한국과학원·한국과학기술대학·한국정신문화연구원 포함)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사람은 3천3백57명이다.
70년대까지 학위취득자가 매년 5백명 이하의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양적 증가를 절감할 수 있다.
이같은 숫자는 75년의 석사학위 취득자보다 많고,50년의 학사학위 취득자수 보다도 많아 가히 「학위 인플레현상」이 극에 달해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교협에 의하면 92년 들어서도 2월말 현재 2천1백28명의 박사가 새로 배출돼 가을학기 이전에 전년도의 학위취득자수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에 따라 지난 52년 서울대가 6명의 박사를 최초로 배출한 이래 박사학위 취득자의 총수는 89년 2만명을 넘어섰고 3년만인 올해안에 다시 3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현재 학위 21종에 불과
박사학위의 「대량생산」에 대한 문제는 물론 그 숫자에 있는 것이 아니고 질적 수준에 있다.
고려대 정우현교수(교육학)는 『모든 분야에서 고도화된 현대사회는 박사가 흔치 않던 시대에 비해 판이하게 다른 차원의 높은 질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현행 학위제도는 학위종별 및 명칭,심사방법,수여절차 등에 이르기까지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박사들도 선진국의 박사 못지 않게 각고의 노력 끝에 수많은 시험절차를 거쳐 학위를 취득하고 있으나 신뢰도는 물론 국내에서 조차 권위가 떨어지고 있는 것이 문제다.
「국내박사」가 「외국박사」에 비해 한수 밑이라는 편견이 대학사회에 팽배한 것이 사실이며 특정대학의 교수집단의 질을 외국박사가 차지하는 비율로 저울질하는 실정이다.
교육전문가들은 국내학위의 공신력저하 요인으로 ▲연구여건 미비 ▲대학원 교육과정·자격시험·구술고사·논문심사 등 절차의 비효율·비타당성 ▲정실개입 등을 꼽고 있다.
연세대 이성호교수(교육학)는 『박사학위가 대학으로 가기위한 「운전면허증」 또는 「여권」이라는 냉소적인 표현이 나돌정도로 박사학위의 과잉공급이 문제되고 있다』며 『대학원의 학위과정을 전면 재검토해야할 때가 되었다』고 말했다. 이같은 제도개선 주장은 교수사회 내부에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91년 5월 서울대가 전체교수의 27.3%인 교수 3백6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학자체평가를 위한 표본조사」에 의하면 현행 자격시험제도에 대해 52%가 「부전적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응답했고,29%는 「전면개선」을 주장,압도적인 다수가 자격시험제도에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무난하다는 반응은 18%에 불과했다. 같은해 1학기 석·박사 자격시험 합격률은 석사가 69.9%,박사는 44.8%였다.
이 조사에 「대학원 학위심사가 엄격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진다고 보는가」는 설문에 교수집단의 64%는 동감을 표시했으나 36%는 「그렇지 않다」고 응답,학위심사의 재검토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에 국한된 일이지만 박사학위논문 심사과정의 부조리도 대학 발전을 위해 시급히 척결돼야 한다.
「학위심사에 돈보따리를 가져온 사람은 논문을 볼 필요없고 돈을 가져오지 않는 사람의 논문 역시 볼 필요가 없다」 「논문갈피마다 심사비가 끼워져 있어야 통과된다」 등의 농담은 극단적으로 과장된 표현이라고 치더라도 논문심사때의 금품수수와 향응제공은 이미 굳어진 관행으로 대다수 의식있는 교수들이 혐오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모대학 교수는 『5명의 교수가 5차례에 걸쳐 참가하는 심사에 학교측은 1인당 5만원씩의 심사료를 지급한다. 한차례 1만원꼴이다. 여기에 학생이 교수 1인당 20만원씩의 「거마비」를 지도교수를 통해 내는 것이 관례가 되고 있다.
○대학원학과 6백35개
교수에게는 외부원고료나 강연료의 10분의 1도 안되는 돈이지만 학생입장에서는 1백만원도 부담이 될 것이다. 여기에 학생부담으로 2차례 이상의 회식은 필수적이며 대학교와 학과에 따라서는 룸살롱,호텔연회까지 벌어져 타대학 심사때는 조심하게 된다』고 말했다.
지방C대 전임강사 K씨(32)는 『지방대의 경우 논문이 짜깁기식으로 허술하면 통과시키는 데 접대비로 5백만원 안밖이 든다』고 말했다. 사립S대 박사과정 P씨(26)는 『5차례 논문심사과정에 3천만원이 들어 부모로부터 차라리 유학을 가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는 말을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S여대 유모 교수(여·중어중문학)는 최근 모사립대에서 박사과정을 밟는 친구가 지도교수로부터 『논문의 시각이나 내용에 문제가 있으니 수고비를 준비해두는 것이 좋겠다』는 말을 듣고 목돈 준비를 걱정하는 것을 보고 분노를 느꼈다고 한다.
유 교수는 『학위논문심사 과정에 거쳐야하는 5차례의 구두시험이 우수한 박사를 배출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며 『특히 일부교수들은 호텔이나 온천장에서 논문을 심사하고 있어 같은 대학인으로서 부끄럽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경기대 C교수는 『일부 대학의 경우 대학원지원자가 적어 입학과 동시에 학위까지 보장받는다』며 『금품사례는 이미 관행으로 굳어졌고 무자격 교수들이 무자격 박사를 양산하는 악순환마저 일어나고 있다』고 걱정했다.
각 대학은 학위심사의 공정·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5명의 심사 교수중 타대학 교수 2명 가량을 반드시 위촉토록 규정하고 있으니 해당분야의 권위자보다 지도교수의 친분관계에 따라 위촉되는 경우도 많다. 모여대의 한 학과에서는 전공교수가 모자라고 특정교수에게 학생들이 집중되자 지난해부터 학과장이 박사과정 학생을 일방적으로 교수들에게 안배,반발을 사고 있다.
서울대 김철수교수(법학)는 『많은 대학에서 지도교수가 박사과정 학생을 부려먹고 난 뒤 학위를 주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어서 탈락하는 경우가 드물게 된다』고 말했다.
고려대 서진영교수(정치학)는 『우리 대학의 학위제도는 미국·일본·유럽식을 적당히 혼합한 기형적 형태』라고 지적,『이제부터라도 우리 실정에 맞는 학위제도의 틀을 갖춰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우리대학의 학위제도는 외견상 형식·절차에만 치우치고 있는 심사과정의 각 단계를 과감히 줄이는 대신 공정성과 객관성을 밀도 있게 높일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다. 서울대 이장무교수(기계설계학)는 『대학원생들은 석사과정 입학시험부터 수없는 심사절차를 거쳐야하며 60점인 이수학점을 따기위해 백화점식 나열교육을 받고 있다』며 『불필요한 형식·절차대신 석·박사과정을 통합하고 자격시험과 논문심사를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수 심사결과 공개를
학위제도를 미국의 경우처럼 학술연구학위와 전문영역별 학위로 2분화한 뒤 다양한 사회적 수요와 국제적추세에 따라 종류 및 명칭을 세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연세대 이성호교수는 『현행 박사학위는 21종에 불과하나 90년 현재 국내 대학원에 개설된 전공학과 종류는 무려 6백35개나 되는 것을 보면 학위종류가 얼마나 단순화돼 있는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밖에 학위논문심사의 강화방안으로 ▲전국차원의 종합자격시험 도입 ▲논문심사의 공개 ▲지도교수의 심사위원배제 ▲교수의 1인당 학위지도 학생수 제한 등을 제시했다.
서울대 이돈희교수는 대학별로 수여된 학위의 질적수준을 재공인하는 기구를 둘 것을 제안했다.
□특별취재반
설희관차장·유승우·김철훈·고태성·남대희·이성철·이태희기자(사회부)
◎미·독일등 대학은 어떻게 박사주나/학부만 졸업해도 학위가능… Ph·D는 해박한 외국어 요구/미/별도 대학원·과정없고 국가시험 등 합격할때 자격부여/독
박사학위의 종별과 제도는 나라마다 다르다. 우리나라는 현대식 의미의 학위제도를 해방후 4년 대학이 세워지면서 도입했다. 75년까지는 박사학위의 개념(구제박사)과 제도를 일본 것을 그대로 답습하다 이후 미국식 박사학위과정(신제박사)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구제박사는 교수가 되고 난뒤 학문적 업적에 따라 학위를 수여했으나 신제박사는 일정한 과정을 거친 뒤 「교수의 지도없이 학문을 연찬할 수 있다」는 의미로 수여되는 개념이다.
미국·일본·독일 등의 학위제도를 알아본다.
▲미국=모든 학위가 학문학위와 영역별 전문학위로 구분된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는 교통부령 제591호에 따라 석사 27종,박사 21종으로 지나치게 단순화돼 있는데 비해 미국의 학위종류는 1천7백여개에 달해 거꾸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학문중심의 박사과정인 PhD는 전문박사(경영학·교육학·음악…) 과정보다 많은 학점취득과 해박한 외국어 지식이 요구된다. 이수학점은 60학점으로 학부 졸업후 곧바로 박사과정에 입학 할 수 있고 석사과정학생이 박사과정에 진학할 경우 석사논문을 면제하는 등 석·박사학위가 연계돼 있다.
▲일본=석·박사 과정의 입학조건,수업연한 등이 우리의 경우와 유사하다. 와세다 대학만이 학위과정없이 논문만으로 학위를 수여하는 구제박사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학위의 개념이 구미의 연구방법론적 측면 보다는 연구의 축적·경험중심이다. 따라서 학위과정을 마치고도 논문이 통과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학위를 그다지 중요시하지 않는 풍토때문에 심지어 학위없는 지도교수가 논문을 지도하기도하며 논문제출시기도 일정하지 않다.
▲독일=별도의 대학원 또는 박사과정이 없고 학부모 과정과 연결돼 있다. 박사학위 종류는 다양하나 소속 학부,단과대학에 따라 명칭이 다르다. 예를들어 교육학과가 철학부 소속이면 철학박사를 수여한다.
대학에 따라 학위과정이 천차만별로 다양하나 대체로 제1차 국가시험 또는 석사학위에 준하는 Diplom,Magister 등의 학위를 취득하면 박사과정 입학 자격이 주어진다. 박사학위 취득을 위한 교육과정이 따로 없이 평균 3∼5년이 걸리는 논문준비기간이 바로 박사과정이다. 영 미의 경우처럼 「박사과정 수료」 개념과 필기시험도 없으며 구두시험에 합격한 날짜가 곧 학위취득일이되는데 논문은 인쇄해 대학에 제출하거니 책으로 출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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