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말레이시아 「술탄」 잇단 고급차 수입 싸고(특파원 리포트)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말레이시아 「술탄」 잇단 고급차 수입 싸고(특파원 리포트)

입력
1992.04.20 00:00
0 0

◎왕가­정부 「세금논쟁」/“면세대수 제한없다”/왕가/“안내면 환수 불가피”/정부/여당 이례적 왕족 비난에 시민들은 되레 “대응 지나친듯” 옹호【싱가포르=최해운특파원】 입헌군주국인 말레이시아에서 최근 왕의 위상과 권한,호화판 생활과 특혜시비를 둘러싸고 왕가와 정부간에 심각한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달 19일 말레이시아 남부 캘란탄주의 술탄(왕)인 이스마일 페트라가 최고급 스포츠카인 「람보르기니 디아블로」를 수입,수방공항으로부터 직접 몰고 나오면서 비롯됐다.

그는 연방정부가 이 차에 대해 부과한 80만달러의 관세를 거부했고 연방정부는 관세를 물지 않으면 환수조치를 취할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 했다.

논점은 술탄이 면세로 들여오는 차의 대수에 제한이 있느냐는 것이다.

술탄은 전국 11개주 가운데 유일하게 야당인 파르티 이슬람당이 이끄는 주정부가 인정한대로 왕이 차를 면세로 수입하는데 제한이 없다고 주장,관세 부과방침에 정면으로 맞서고있다.

이에대해 연방정부는 각료회의까지 열고 지난 72년 「왕족회의」에서 결정한대로 각 술탄의 호화차 면세범위는 모두 7대로 제한된다는 근거를 내세워 관세부과방침을 재확인했다.

술탄 이스마일은 지난 수년간 모두 32대의 호화승용차를 면세로 들여와 이중 11대를 헐값에 팔아 넘겼다. 조호르나 샐랑고르주 등 다른주 술탄들도 개인 경호원과 사병을 거느리고 왕국에 살면서 이스마일보다 더많은 고급승용차는 물론이고 여러대의 개인전용 비행기·헬기·장갑차·요트 등을 소유하고 있을 정도로 호화판 생활을 하고있다.

이들 호화품들은 지금까지 거의 면세로 들여왔음은 물론이다. 「왕족회의」에서 자체로 정한 면세범위는 있으나 주정부나 연방정부는 별다른 문제를 삼지 않아왔다.

사실 제한쿼타를 넘길 경우에도 꼭 관세를 물어야하는 것은아니고 경우에 따라 왕이 면세를 신청하게 되어있다.

이같이 호화물품을 무분별하게 들여온 술탄들은 나들이 할때 자신은 조그만 스포츠카를 타고 경호원들은 앞뒤로 롤스로이스나 BMW 등을 타고 경호하게 하는 「희한한」 광경을 연출하기도 한다. 그래서 영국 롤스로이스사에서는 자사의 고급승용차를 경호차로 쓰는 술탄에게는 앞으로 차를 팔지 않겠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술탄들은 땅 등 엄청난 자체재산을 소유하고 있다. 그런데도 연방정부는 「왕모시기」에 엄청난 국가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왕족에 대한 공적인 예산만도 연간 4천만달러(3백20억원 상당)나 든다.

지난 48년 말레이시아가 연방을 구성하기 전만해도 11개주 가운데 9개가 술탄에 의해 통치됐었다. 57년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할 당시 9명의 술탄들은 임기 5년으로 서로 돌아가며 연방국가의 왕에 앉기로 합의했다. 그후 말레이시아에는 이들 9명에 국가왕까지 합쳐 모두 10명의 왕가가 세습제로 특권을 누려오고 있다.

한 연방정부관리는 『술탄이 해외휴양 길에 오르면 그 비용을 대야하고 엄청난 돈을 들여 왕궁개축을 원하면 이 또한 거부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한다.

술탄들은 행정당국에 땅이나 특별면허·목재벌채권의 계약 등을 요구해 재산을 취득한 뒤 많은 이익을 남기고 투기꾼에게 다시 팔아넘기는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지금까지 술탄과 행정부간에 많은 이해충돌이 빚어졌으나 대부분 정치인들이 중재에 나서 술탄의 뜻을 들어주는 쪽으로 해결돼왔다. 그러나 세상은 변해 다인종 연합체인 강력한 집권 움노당은 최근 술탄의 월권과 권력남용에 대해 제동을 걸고 있다.

움노당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신문들은 술탄의 권력남용을 일제히 비난하면서 문제의 차이름인 「디아블로」는 스페인어로 악마라는 뜻이라고 빗대기까지 했다.

이러한 비난은 지난 48년 제정된 선동금지법을 무시한 것이다. 이법은 술탄의 지위와 권위에 대한 어떠한 논란도 금지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헌법에 술탄은 초법적 권한을 누리고 있어 어떠한 경우도 법적용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최근의 사태를 본 왕당파들은 『왕에 대한 존경이란 찾아볼수도 없고 왕이 보통 시민과 똑같이 대우받고 있다』고 한탄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술탄이 비록 경솔하게 행동했다고 해도 그에 대한 공개적 비난을 달갑게 여기지 않고있다.

한 학자는 『연방이 구성되기 전에 술탄들은 각 주의 주권을 행사했고 그들이 입헌군주제에 동의함으로써 사실상 모든 권한을 포기했다는 사실을 정치인들은 인식해야 한다』며 『정부가 앞장서 말썽을 일으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움노당 지도자중에도 『정부의 대응이 좀 지나친 감이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연방정부의 캘란탄주 술탄에 대한 「도발」은 지난해 총선에서 술탄이 야당을 밀어 집권당이 이곳에서 패한데 대한 보복이라는 분석도 있다.

관측통들은 적어도 캘란탄에서만은 이번 수입차 관세 논란과 관련,술탄을 지지하는 분위기가 압도적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왕들의 권위는 갈수록 도전받고 있으나 하루아침에 쉽게 무너져 내리지는 않고 있다는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