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관 합숙까지… “입시보다 고되”/대기업들 어학 등 교육평가 강화/증권사선 “근무말라” 특별 배려도시내 사설 학원을 드나드는 직장인이 크게 늘었다.
출퇴근길 곳곳에서 리시버를 꽂고 카셋테이프 교재를 듣는 샐러리맨은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대학과 입사라는 어려운 관문을 통과한 샐러래맨들이 더욱더 치열한 진급 전쟁을 치르기 위해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시내 중심가의 여관이 삼삼오오 무리를 지은 직장인 손님들로 때 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진급 시험을 앞둔 샐러리맨들이 아예 집에도 가지않고 합숙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은행등 일부 직종에서나 진급이 어려웠으나 최근에는 일반 직장에서도 진급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자리를 차고 앉아만 있으면 대리가 되고 과장이 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진급 대상자를 가리는 시험을 통과하고 또 논문도 제출해야만 샐러리맨의 가장 큰 보람 중의 하나인 진급을 할 수 있다. 진급 연한이 길어진 것은 그래도 즐거운 과거 지사다. 이제는 진급 대상자에 포함되느냐 마느냐 문제다.
삼성물산은 최근 진급 사정 기준인 교육평가제를 대폭 강화했다. 3급갑 대리이상 승격 대상자는 교육 이수점수 3점,개인 어학 3등급 이상 취득 2점 등 10점 만점에 사내 강사 활동과 직종 훈련 우수자에게는 각각 1점을 가산하기로 했다. 또 합숙교육과 해외연수 사내 어학교육 등 교육 형태별로 각각 점수 사정 기준을 마련,일정 점수 이상을 받은 대상자에 한해 진급의 기회를 부여키로 했다.
두산 산업은 영어 토익(TOEIC·직장인 영어 능력 테스트) 점수 5백점과 컴퓨터 취급 요령 시험 합격자에 한해 과장 자격 시험을 부여하고 회계와 논문 업무 지식 등을 평가하는 시험을 친다. 럭키금성상사는 능력고사 40점,직무지식 20점,경영지식 10점,토익 25점,근속점수 5점 등 1백점 만점의 시험을 치르고 교육 이수 성적과 상벌에 따라 3점을 가감하는 3급 승진 기준을 마련했고 한일합섬은 올부터 대리 승진 대상자는 4백점,과장 승진 대상자는 4백70점 이상의 토익 점수를 받아야 승진 자격을 부여키로 했다.
해태상사는 영어와 일어 중 하나의 외국어 시험과 통신 교육 평가,경영이론 및 논술고사를 치는 과장 승진 시험을 실시하고 있고 선경도 회화와 필기 부문의 영어 시험을 승진 필수 조건으로 하고 있다. 코오롱상사는 또 매 승진시마다 엄격한 논문 심사를 거친다.
진급이 이처럼 까다롭고 어려워지자 시험을 앞둔 샐러리맨들이 시험 준비에 매달리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지난 2월 과장 자격시험을 치른 두산산업 산업제품 사업부의 신찬영대리는 『한달여동안 업무를 마친 후 2시간 이상 사무실에서 시험 준비를 했다. 출퇴근길에 카셋으로 영어 공부하고 퇴근 후에도 일정 시간 공부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일반 직장에서 승진 시험 준비자라고 업무를 덜 맡기는 것도 아니다. 업무는 업무이고 시험은 시험이다.
이에 비하면 증권 회사의 승진 수험자는 그래도 여건이 나은 편이다. 진급 시험을 앞두고 상사들이 한동안 사무실에 나오지 말고 시험 준비를 하라고 여유를 주기 때문이다. 증권 회사 근무자들은 시험을 한달 가량 앞두고는 집근처 독서실 등에 파묻혀 시험 공부에만 매달린다.
은행원들에게 진급은 이제 좀처럼 통과하기 어려운 관문이 되고 있다. 시험을 통과하기도 어렵거니와 대상자에 포함돼도 정작 한등급 오르기까지는 부지하 세월이다.
조흥은행 A지점의 김 대리는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고시 공부 하듯 합니다. 서너명씩 그룹으로 6개월 이상 합숙하기는 예사입니다. 집에는 1주일에 한번 정도 들어가지요. 시험에 합격하는 것은 승진에 아주 조금 접근하는 것입니다. 아예 승진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습니다』고 말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일본의 샐러리맨들처럼 50대 과장을 보게 될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이종재기자>이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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