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사상태에 빠진 증시를 어떻게 소생시킬 것인가. 정부의 크나큰 고민이다. 증시를 회복시켜 기업들이 증시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길을 넓혀놓치 않는다면 올해 경제엔 물가안정을 이룩한다 해도 기업의 투자위축으로 성장잠재력이 크게 감축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소비자물가 상승을 8,9%선으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총통화 증가율 18.5%의 현행 금융긴축을 풀수 없다. 기업들의 자금난은 불가피하다. 기업들이 부족자금을 증시에서 조달할 수 있어야 경제가 안정적 성장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증시는 89년 4월이후 3년여의 침체끝에 가라앉을 만큼 침잠한 것으로 보인다.너무나 오랫동안 무기력,자기반등력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증시의 활성화가 절실하다는데는 의견을 같이한다. 그러나 그 타개책 마련에서 정부측은 냉철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무턱대고 돈을 퍼붓는 식의 지원책은 정책상의 형평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정부는 나름대로 신중한 접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증시에 대해 어느정도 개입하는 것이 효율적인가 하는 근본적이고 원론적인 문제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경우 일본과 마찬가지로 정부가 민간경제 부문에 전통적으로 깊숙히 관여해왔는데 증시분야에는 어느분야 못지 않게 깊이 개입했다.
증시는 자본주의 경제의 심벌,시장경제의 기능을 최대한 보장해주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미·일·EC 등 선진국은 시장이 제대로 돌아가도록 감독을 엄격히 하며 자금의 흐름이 막히지 않도록 막후관리를 한다. 선진국 정부의 증시관여는 간접적이다. 이에비해 우리나라는 주무부서인 재무부가 주식의 매매 등 시장활동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조치를 스스럼 없이 취한다. 증시자체를 주무른다고 하겠다. 이른바 「정밀조율」을 한다. 지금까지 우리증시는 수직상승·수직낙하의 심한 기복를 보이는 「냄비시장」의 특성을 보여왔다. 정부의 간섭은 지원이든 규제이든 증시의 안정화에 별로 기여하지 못했다.
이번에도 증시의 부양책으로 업계와 학계에서는 ▲투자신탁회사의 경영정상화 ▲연금·기금의 역할제고 ▲증권사에 실세금리상품 허용 ▲증안기금 추가조성 ▲대주허용 ▲신용융자기간 장기화 등 여러가지 방안을 건의했다. 주목되는 것은 투신사에 대한 한은 특별융자안과 연·기금의 주식투자 유도와 증안기금의 증대방안이다.
한국투신 등 3개 투신사의 은행빚은 5조6천억원,이자만도 연간 5천억원 이상으로 이미 자본잠식이 됐다. 89년 12월12일 정부의 증시부양책에 따라 은행으로부터 주식매입을 위해 2조7천억원을 차입했던 것이 오늘의 화근이 됐다. 정부는 증시부양책에서 「12·12조치」의 과오를 되풀이 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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