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북한부담」 벗어 적극적/“9월 재회동”… 연내 「성사」 소지도유엔 아태경제사회이사회(ESCAP) 북경총회 참석차 중국을 방문중인 이상옥 외무부장관이 13일 전기침 중국 외교부장과의 한중 외무장관 회담과 이붕 중국 국무원 총리와의 단독 요담을 통해 양국 수교문제를 공식 거론함으로써 한중 수교전망은 가시권에 접어든 양상이다.
그동안 공식석상에서 한국과의 수교문제 제기를 꺼리던 중국측이 『동북아의 안정과 평화,아태지역의 공동번영을 위해 양국간의 관계정상화가 필요하다』는데 우리측과 의견을 같이했다는 사실은 이같은 양국수교전망 가시화를 뒷받침하고 있다.
미수교 상태에서 중국을 첫 방문한 이 장관에게 중국측이 보여준 예우가 극진했다는 점도 우리나라와의 관계개선에 대한 중국측의 의지를 잘 나타내고 있다.
또 이붕 총리가 이 장관과의 요담에서 양국 지도자간의 「직접 접촉」을 강조한 것은 의례적 수사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정부 고위인사의 상호교류를 통해 양국 관계를 발전시키겠다는 중국측의 의도를 드러낸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양국 외무장관은 오는 9월초 방콕에서 개최되는 아태각료회의(APEC)와 9월 하순 유엔총회 기간중 다시 회동을 갖기로 합의했다. 따라서 수교절차·시기 등 구체적인 논의는 9월을 전후해 집중적으로 이루어질 전망이고 이에따라 연내 수교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중국은 종전의 소극적 태도에서 벗어나 우리나라와의 관계개선에 적극적인 자제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측이 그동안 한국과 관계개선에 앞서 가장 크게 의식했던 것은 「혈맹」인 북한에 대한 배려였다.
즉 북한의 핵문제를 둘러싸고 북일 수교문제와 북미 관계개선에 진척이 없는 상황에서 북한의 입지를 더욱 어렵게 할 한국과의 수교는 곤란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 북한이 핵안전협정을 발효시킨데 이어 IAEA의 사찰을 성의있게 받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함에 따라 북한과 미·일 사이의 관계개선이 돌파구를 찾아가는 상황이 됐다. 중국은 이제 적절히 한국과의 관계개선을 추진하는 것이 오히려 북한과 미·일의 접근을 지원하는 촉진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는 지적이다. 또 동북아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한 바 있는 중국측으로서는 한국과의 관계정상화 움직임을 공식화함으로써 북한으로 하여금 핵무기 개발의혹을 조기에 해소하고 미·일과 관계개선을 서두르도록 압력을 가하는 효과도 노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와관련,중국 국가주석으로서는 처음으로 북한 김일성주석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평양을 방문한 양상곤주석의 행적은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양 주석은 이번에 김일성주석을 만나 양국간 전통적인 우호협력을 다짐하는 한편 한·중 관계개선의 불가피성에 대해서도 이해를 구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국이 지난해 한·소 정상회담을 가진데 이어 지난달에는 서울에서 한·러 외무장관회담을 갖고 오는 9월로 예정된 옐친 대통령의 방한때 양국간 기본조약 체결에 합의하는 등 한·러 협력관계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상황도 중국이 대한국 관계 정상화에 적극성을 띠게된 한 요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러시아 내부의 정정불안이 상존하고 있지만 앞으로 러시아와 동북아지역 세력균형에서 숙명적으로 대결해야 하는 중국측으로서는 한반도 진출의 주도권을 뺏길 수도 있다는 조바심을 갖게 됐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최근 개혁과 개방을 가속화 하도록 결정한 중국내부 정치상황도 적극적인 대한국 관계개선 자세에 반영되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양국이 수교문제를 공식 거론하지 않을 수 없게한 요인은 양국간 실질교류의 급속한 확대이다. 양국은 지난 90년 무역대표부를 각각의 수도에 교환설치한 이래 지난해말 무역협정을 체결했으며 지난 10일에는 투자보장협정에 가서명했고 지난해 11월부터는 무역대표부에 상대측 외무부와의 접촉을 허용했다. 양국간의 연간 교역액은 올해나 내년중에 1백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될 만큼 급신장했다. 따라서 양국은 사실상 수교와 다름없는 상태에 도달해있으며 이제 수교를 미룬다는 것 자체가 부자연스러운 상황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한·중 수교전망에 아직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이번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정부당국이 『서둘러서 불필요한 대가를 지불하는 우를 범하지 않을 것』이라고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와 최인접 강대국으로서 싫든 좋든 한반도의 장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중국과 미수교라는 불안정한 상태는 이제 곧 해소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지배적인 시각이다.<이계성기자>이계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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