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끝난지 불과 20여일인데 관심은 온통 민자당의 경선에 쏠려있는 것 같다. 대상이 대권인데다 자유경선을 한다고 하니 그 관심의 열도는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하지만 그많은 회동과 타진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렇다할 윤곽을 가늠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진짜 경선이 될지,모양새 경선이 될지,단 둘이 될지,서넛이 될지도 모두가 불분명하다. 다만 분명한 것은 처음에 호언하던 완전 자유경선에선 엄청나게 후퇴했다는 것이며 또 다시 대통령의 「의중」에 모든 것을 기대는 매우 「권위주의적 경선」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는 점이다. 원론같은 말의 되풀이 같지만 모처럼 우리 정치사에 커다란 획을 그을 경선을 하기로 한 이상 경선답게 치러지길 바란다.
우리가 아는 경선이란 당내 의견의 결집을 도출하고 그 과정을 공개함으로써 당내에는 일체성,당외에는 선택된 후보의 정당성을 높여주는… 결과적으로 득표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것이다. 하나 이런 취지는 지금 어느 구석에서도 찾아볼 수 없고 되레 반목과 거부감만 증폭시키고 있다는 느낌이다.
대통령은 「중립」을 지키고 「관리자가 되겠다」고 한지 오랜데도 당사자들은 여전히 그의 의중만을 겨냥해 맹렬한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완전 자유경선이 어느새 제한경선이 됐다가 승복이니 단일화니 지분이니 밀약이니 하던끝에 어느 사람은 멈칫해 있다는 보도들.
선거란 말이 붙었으면 선거다와야 하는 구석이 조금이라도 있어야 하는 법인데 이건 숫제 「대권배급」 쟁탈전이라면 모를까,선거란 말이 민망하고 오는 12월 투표를 해야하는 국민의 입장에선 여간 입맛이 씁쓸하지가 않다.
○당내 민주화 기로
지금까지 표면으로 나타난 것만을 기준한다면 구태들은 단연 「대권예상 후보자들」이다. 이런 점에서 중립을 공언한 대통령의 역할은 경선의 본질을 좌우할 키가 되고 있다. 특히 6·29를 통해 우리정치에 민주화를 도입했고 그의 임기후 아마도 「민주화 대통령」으로 기록될 노 대통령에게는 「당내민주화의 실현」이라는 역사의식이 함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겉모양은 경선,속내용은 낙점식으로 끝난다면 우리 정치발전에도,민주화에도 모두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권력이양이란 불안한 것이다. 그건 국민들에도 미찬가지다. 하지만 「민주사회에서 권력은 물려주고 받고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창출하는 것」이라는 새로운 전통을 위해서도 이런 불안과 리스크는 감내할 가치가 있다. 한계상황에서 진가는 발휘되듯 대통령은 그의 공언에 한치 틀림없는 자세로 임해야할 것이며 여기에 자유경선의 성패가 달려있다.
이왕 경선을 한다고하니 다음으로 바라고 싶은 것은 몇사람이 됐건 후보들의 됨됨이를 매우 구체적이고도 전문적으로 국민에게 알리는 과정이 반드시 있어야겠다는 것이다. 모두가 잘 알려진 사람들인데… 할지 모르지만 대통령은 대통령에 맞는 도덕적 기준과 전문적 자질이 요구되는 자리이다. 따라서 과거의 기록에서 미래에 대한 통찰력까지 선택자인 국민들에게는 모든 것을 새로이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자유경선이 철저히 뿌리내린 미국의 경우 예선과 본선을 통틀어서 선거전이란 어쩌면 몽땅 후보의 됨됨이를 벗겨내는 과정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개 선거의 해 2월부터 7·8월 전당대회까지가 당내후보간의 이런 싸움이라면 전당대회후 11월 투표까지는 당대 당후보간의 싸움이다. 모두가 내로라하는 저명인사들이지만 모든 신상,약력 경력 병력 세슴기록에서 사생활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새롭게 파헤쳐지고 각종 기자회견,연설,후보간의 TV토론을 통해 외교 국방 경제는 물론 교육 범죄 환경에서 낙태문제에 이르기까지 후보의 견해와 능력은 거의 발가벗기우듯 유권자 앞에 공개된다.
○「후보공개」 철저히
우리가 꼭 미국방식을 따를 필요는 없겠으나 후보의 자질과 능력을 새롭게 조명해보는 취지만은 어떤 형태로든지 도입돼야겠다. 민주주의란 더이상 내가 선택해야할 대통령을 베일속에 가려놓고 봐야하는 제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일보 13일자 조간에 실린 대권 예상후보들의 신상명세 비교는 매우 흥미롭다. 자유선거의 틀을 유지하는 것이 미디어의 주요 역할이라면 신문,방송들은 오는 12월까지 좀더 대대적으로,점더 적극적으로 후보알리기와 벗기기에 나서야 한다. 후보진영이 됐건 정당이 됐건 혹은 상대방이 됐건 이런 분위기는 자연스레 확산될 수 있어야하며 진실에 기초한 것인한 음해요 공작이요 하는 방해가 이 과정에서 있을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될 것이다.
지금 유권자들은 민자당의 파워게임을 매우 주의깊게 바라보고 있다. 그 잘잘못의 결론을 내는 것은 오는 12월 그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지난 14대 총선에서 영호남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그래도 「뭔가를 보여준 사람들」이다. 비록 한지적이긴 하나 냉정하고 날카로운 선택력이 우리 유권자들에겐 분명있다.
그들은 지금 우리사회의 근저를 또한번 흔들어 놓을 대선열병 생각에 편한 마음들이 결코 아니다. 더구나 총선에는 분명 「변화」의 메시지가 담겨있었는데 「대안이 없다」는 한마디로 묵살되고 말았다. 오는 12월 이들이 어떤 상태에 있을는지,지난 총선때처럼 출구를 찾지못하고 방황할 것인지,유권자들의 심중도 헤아리며 정치가 이뤄져야 하지 않겠는가.<편집담당 상무>편집담당>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