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도입되는 수학능력 시험과 13년만에 부활되는 대학본고사를 골자로 하는 새 대학입시 제도가 많은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 새 제도에 준한 1백32개 대학별 입시요강이 지난주에 거의 확정되면서,일선고교는 벌써부터 해당고 2·1학년생 입시지도를 놓고 갈피를 잡지못해 혼란에 빠져있다는 것이다.특히 서울대를 필두로 소위 상·중위권 40여개 대학들이 국·영·수 중심의 4∼3개를 본고사 과목으로 선정하자 혼란과 불안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수학능력 시험문제 성격자체도 아직은 불분명해 「무슨 과목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막연하기만 하다』는게 고교들의 한결같은 고민이라고 한다. 또 일본어를 제2외국어로 택하고 있는 인문계 고교의 56%에 해당하는 9백60여개 고교들은 서울대·연세대·이화여대 등 8개 대학이 문과계열의 제2외국어 선택과목에서 일본어를 제외시켜,독어·불어·한문 등 다른 외국어로 대체해야 하는 어려움까지 당하게돼 새 입시제도는 실시도 되기전에 적지않은 역기능까지 일으키고 있다.
일선고교가 중심을 잃고 이처럼 우왕좌왕하는 것을 보면서 그 책임의 소재가 어디에 있느냐를 따지고 있을때만은 아니다. 결함많은 새 입시제도를 도입한 교육부와 국·영·수 중심의 본고사 과목을 설정해 고교교육 현장에 입시위주 파행교육을 더욱 심화케한 서울대 등 유수대학의 현실외면이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나 뚜렷한 대안도 당장 마련하기가 어려운게 현실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일선고교에서 일단 최선을 다하면서 개선의 기회를 기다리는 것이 순리일듯하다. 명문대학 입학자의 많고 적음이 고교를 평가하는 잣대가 되는게 현실이고 그것을 바라는 학부모들의 강요가 아무리 거세다 하더라도 일선 고교들이 중심을 잃지않고 고교 이수과정을 제대로 지켜 가르쳐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것이야말로 2세 교육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 아니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교육선진인 미국이나 서구의 나라들은 고등학교까지는 사람을 만드는 기초교육(전인 또는 인성교육)이 학교교육의 기본이자 핵심이다. 대학들은 고등학교가 가르쳐 놓은 수준과 범위속에서 자기대학의 특성에 맞는 학생을 뽑아 갈 뿐이다. 그래서 이들 나라에서는 대학입학 자격과 조건을 정하는 것은 대학이 아닌 고등학교라는 논리가 성립되는 것이다.
우리라고 그런 시도를 하지말라는 법이 있겠는가. 일선 고교가 대학의 입시요강에 좌지우지되지 말고,일치단결해서 고교가 가르쳐야할 것을 제대로 가르쳐 낸뒤 그 결과를 놓고 대학들이 선발해가라고 해야 되는게 아닐까. 이제야말로 고교교육의 주도권을 고교가 주체적으로 행사하는 과감한 시도를 해볼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는 일선고교의 단결된 의지와 행동을 그래서 강력히 촉구하고 격려코자하는 것이다. 이러한 어려운 도전이 성공하자면 학부모들의 명문대학 위주의 그릇된 진학풍조가 바뀌어야하고 교육정책의 뒷받침이 있어야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그 도전의 햇불은 일선고교가 일단 먼저들 수 있어야 한다. 언제까지 대학에 끌려다니기만 할 것인가. 대학의 이기주의적이고 편의적인 입시요강에 더이상 허둥대지말고 소신대로 가르쳐내는 일부터 고교는 시작해야 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