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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2.04.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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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히토(명인) 현 일왕을 저격하는 내용이 담긴 MBC TV 드라마가 한일 양국간에 미묘한 외교마찰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6일부터 방영되고 있는 미니시리즈 「분노의 왕국」 첫회에 주인공인 조선왕족의 후예 이하연이 아키히토 일왕을 즉위식 퍼레이드에서 저격,미수에 그친 장면에서 비롯된다. ◆이 장면에서 제작진은 아키히토 일왕의 실제 즉위식의 기록영화에다가 드라마의 인물을 삽입,몽타주함으로써 박진감을 높였다. 일본의 조야는 여기에 자극되어 MBC의 「분노의 왕국」 드라마가 한일양국의 국민감정을 훼손시킨다면서 항의하고 나섰다. 도쿄 한국대사관에 연일 우익단체 소속으로 추정되는 데모대가 몰려와 항의소동을 벌이고 있다. ◆급기야는 가토(가등굉일) 관방장관이 9일 기자회견을 통해 자숙을 요청했고 이어 야나이(유건일) 주한대사가 노창희 외무차관을 찾아 일본측의 격앙된 감정을 전해왔다. 가와시마(천도순) 일본공사도 MBC사장을 방문,유감의 뜻을 표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일본측이 외교경로를 통해 강경한 항의를 하는 의도는 드라마 방영의 중단에 있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따르는 모양이다. ◆일본측이 남의 나라의 창작 드라마를 중단시킬 생각으로 외교경로를 통해 압력을 넣고있다면 이는 어불성설이다. MBC측의 말대로 이 드라마의 목적은 반일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일본을 과감히 수용,경쟁에서 이길 「극일」에 있다. 그점에서 일본의 국민감정을 자극할 이유가 없다. 또 외국원수의 저격장면은 드골 대통령의 암살을 기도하는 영국영화를 비롯,얼마든지 그 예가 있다. ◆전후의 일왕이 살아있는 「현인신」으로부터 인간으로 내려왔지만,아직도 일본에선 정신적 지주로써 경외의 대상이 되고 있음을 우리는 알고있다. 그렇지만 이웃나라의 민간방송의 창작극을 자기나라의 국민정서에 반한다고해서 이래라 저래라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간섭이 된다. 일본은 이번 일을 감정적으로 접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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