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9세인 고모토(하본성삼)씨는 일본 중부지방에 위치한,인구 8만여명 규모의 P시에서 14년째 시의원으로 재임해오고 있다.이곳의 토박이인 그는 대학졸업후 3대째 가업인 토건업을 물려받아 열심히 운영했었다. 토건업이래야 큰 건설회사 규모가 아니라 직원 30여명을 두고 소규모의 하수도 및 도로보수 공사를 맡고 있는 정도다. 시의원이 된 뒤 이를 동생에게 넘겼다.
고모토씨의 하루일과는 한치의 어김이 없다. 아침 7시에 집을 나서 자전거로 시내 곳곳을 둘러본뒤 8시에 개인 사무실에 도착,각종 민원과 진정서를 살펴보고 9시45분께 시의회에 참석하며 하오에는 주로 주민들을 만나 많은 이야기를 듣는다.
시의회는 재작년 시당국과 협의끝에 12년이상 연임한 고참의원 6명에게 구미 등 선진국의 지방의회 시찰을 보내기로 했으나 고모토씨는 『어떻게 주민들의 혈세로 외국여행을 할 수 있겠는가』고 사양,다른 의원들도 동조했고 이듬해 고참의원 몇몇과 사비로 미국 영국 등의 지방의회를 노트까지 해가며 10여일씩 참관했었다.
고모토씨는 특히 지난 14년간 시의원의 세비와 수당전액을 시정박아 보호원과 양로원에 기탁하여 주민들의 칭송을 받아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작년 4월 기초의회의원,7월엔 광역의회의원 선거를 실시,지방자치 시대의 문을 열었다. 그동안 많은 시행착오와 사고,즉 일부 의원들의 비리와 이권개입 등으로 국민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기도 했으나 그래도 대다수 각급의회는 지역개발과 주민 부리를 위해 꾸준히 노력을 해오고 있음은 평가할만하다.
그런데 총선뒤처리와 대권논란으로 정국이 어수선한 요즘 경북도 의회가 때아닌 호화판외유를 계획하고 있어 국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즉 경북도의원 87명중 25명이 올해 도예산 1억3천여만원을 들여 선진국 지방의회 시찰명목으로 구주반(15명)과 미주반(10명)으로 나누어 런던 파리 프랑크푸르트 워싱턴 토론토 등을 둘러보고자 14·15일 출발한다는 소식이다. 이들의 여행기간은 2주간이나 의회사찰과 소위 세미나 참석은 2∼3일이고 그밖의 10여일 이상은 관광으로 짜여 있다는 것. 또한 나머지 의원 62명도 금년말과 내년초에 도비 2억여원으로 역시 외유에 나서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제 갓 출발한 지방의회인만큼 1백∼2백년의 역사를 지닌 선진국의 지방자치제를 직접 참관하고 전문가들의 얘기를 듣는다는 취지는 나무랄게 하나도 없다. 그러나 의사당과 회의모습을 잠시 들러보고 전문가를 만나기 위해 그같은 거액을 쓸 수 있을 정도로 우리의 지방재정 형편이 넉넉한가.
지금 지역개발과 경기침체,우루과이협상에 따른 농정대책 등 많은 숙제들이 산적한데 귀중한 주민의 혈세로 한가하게 관광성 외유를 하는 것이 떳떳한 일인가.
긴얘기할 것 없이 너무나 어처구니 없고 또 개탄할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선진의회 운영을 꼭 배울 필요가 있다면 3∼4명의 대표만을 뽑아 보내면 되지 않는가. 또 소위 세미나란 것도 국내학자 등 전문가를 초빙해서 특강을 듣는 것이 몇십배 효과적일 것이다.
도 의원들에게 묻고 싶다. 당선후 지금까지 농촌과 지역구를 다니며 얼마나 주민들의 고충과 민원에 귀를 기울였는가. 3억수천만원의 세금을 내려면 주민들이 얼마나 애쓰고 땀을 흘려야하는지를 생각해본적이 있는가.
경북도 의원들에게 간곡히 당부하고자 한다. 지방의원은 주민들의 심부름꾼임을 새삼 자각해달라는 것이다. 책임감과 양심이 있다면 과연 이 상황에서 외유길을 떠나야 할 것인지 재삼 깊이 생각해달라는 것이다.
진실로 뜻있는 의원이라면 외유를 즉각 취소,백지화하기 바란다. 주민들은 말이 없지만 도의원들의 행태를 두고두고 기억할 것이다. 지역의 성실한 일꾼인 고모토 시의원이 새삼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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