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떳떳한 싸움/이백만 경제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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떳떳한 싸움/이백만 경제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2.04.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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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령을 어긴게 사실 아니냐. 그것도 최정상의 재벌기업이…. 제재를 받아 마땅하다』『털어서 먼지 안나는 사람 있나. 왜 우리만 당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형평에 맞지 않아 승복할 수 없다』

『당신들은 다르지 않냐. 다른 재벌들은 권총을 한자루(돈)만 갖고 있는데 현대는 한자루 더(권력) 가지려 하고 있는게 확실하다. 당신들이야 말로 형평의 원칙을 어겼다』

『무슨 얘기냐. 정치는 정치고,경제는 경제다. 정경분리 작업을 하고 있는지 모르나』

『말도 안되는 소리마라. 길가는 사람을 잡고 물어봐라. 현대가 장사에만 전념하고 있는지를』

정부와 현대간의 「전쟁」이 날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흥미있는 사실은 대다수 국민들이 정부와 현대가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비해 정작 양 당사자들 모두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는 것. 때문에 뭔가 떳떳치 못한 싸움으로 비춰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정주영 국민당대표는 아직도 현대그룹의 실질적 지배자 위치에 있다. 3·24총선에서 성공한 정 대표는 이제 대권까지 노리고 있다. 정경유착보다 더 확실한 정경복합체제의 실현을 꿈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정치권과 권력이 재벌의 대리인 역할을 해준 정경유착 제체하에서도 엄청난 비리가 저질러졌는데 재벌이 권력을 직접 장악하는 정경복합체제가 실현되면 과연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정부,현대(정 대표) 모두 이제는 보다 분명한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

정부는 정 대표에게 『정치를 하려거든 누가 보더라도 수긍이 가도록 정과 경을 분리시키라』고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 정 대표도 정치 지도자로서의 변신을 꾀하고 있는 이상,과거의 정경유착을 「고해성사」 해야 한다. 정부와 현대와의 「전쟁」이 지금까지의 가면전에서 앞으로는 공개전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민들은 왜 이런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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