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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국서 깨진 행복/막노동 중국교포의 죽음(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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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국서 깨진 행복/막노동 중국교포의 죽음(등대)

입력
1992.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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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새벽 공사판 동료손에 숨져간 중국교포 최용철씨(36·흑룡강성 목단강시 서안구)의 시신은 서울 중앙대 용산병원 영안실에서 거두어주는 유족하나 없이 쓸쓸하게 이틀째를 보내고 있다.지난해 9월 「한몫」을 잡기위해 관광비자로 할아버지의 나라에 입국,건설공사장을 전전하던 최씨는 지난달 9일 서울 명동의 건설현장에 취직하면서 입국 7개월 만에야 가까스로 고국에서의 첫 안정된 삶을 맛볼 수 있었다.

서울 근교 공사장에서 잡역부로 일하던 최씨는 다행히 자신의 성실함을 높이 산 공사감독의 소개로 서울도심의 큰 공사장에 취직할 수 있었고 지난 1일부터는 공사장의 야간경비원직까지 맡아 꿈에 부풀었다.

낮에는 일당 3만5천원의 잡역부로,밤에는 월 35만원의 경비원으로 일할 수 있어 수입에 비해 만만찮게 지출되던 숙박비도 절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최씨의 작은 행복은 그러나 공사판에서 동료 최정유씨(23·서울 용산구 한남동 568의51)를 만나면서부터 금이가기 시작했다.

같은 성씨라고 『형님』으로 부르며 접근해온 정유씨는 가까워진뒤 『불법취업자임을 신고하겠다』고 은근히 협박,최씨로부터 공술을 얻어 먹기도 하고 푼돈을 꾸어가고 갚지 않는 등 괴롭혔다.

신변의 위협이 두려워 참아오던 최씨는 정유씨가 1백35만원이 든 자신의 통장을 훔쳐가자 더는 참지 못하고 정유씨의 아버지(56)에게 전화를 걸어 하소연했다. 그러나 바로 이게 화근이었다.

아버지의 꾸지람을 들은 정유씨가 8일 새벽 만취된채 공사장에 찾아가 최씨와 말다툼하다 망치로 머리를 때려 숨지게 했던 것.

경찰은 수사 하루만에 정유씨를 붙잡았으나 낯선 조국에서 억울하게 젊은 생을 마감한 최씨의 국내 초청연고자가 파악이 안돼 애를 태우고 있다.

영안실 한켠에는 헌옷 몇별과 팔다남은 한약재 그리고 아들에게 보내려고 사놓은 내의 1벌만이 최씨의 시신을 지켜보고 있다.<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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