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당의 대권후보경선 양상이 각 진영의 감정적앙금을 바탕에 깐 세대결로 진행되는 것은 3당합당과 이후 파행적인 당운영의 필연적 결과라고 치자. 하지만 최근 당안팎에서 상식으로 도저히 납득키 어려운 일이 공공연히 발생해 경선분위기를 처음부터 혼탁케 하고 있다.이른바 여론조사라는 이름을 빌려 뚜렷한 출처나 내용을 밝히지 않은채 특정인에 대한 반대,또는 지지를 교묘하게 부추기는 것이 그것이다. 사활적 게임을 벌이는 김영삼대표나 반대쪽 주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정확한 민심의 소재를 읽어내고 그 구체적 자료를 내세워 지지세를 확산하겠다는 노력이 새삼 문제될 까닭은 없다.
그러나 4월초 당안팎에는 「여권상층부의 조사」라는 그럴싸한 꼬리를 단 소문들이 입에서 입으로 떠돌았다. 내용은 이랬다. 『현재 거론되는 민자당후보 대열군의 어느 누구도 야당후보와 싸워 이기기 쉽지 않고 때론 비관적이다』 『특히 김 대표가 나설 경우 그가 대권을 잡지못함은 물론 그 결과가 체면치레도 못될 것이다』 조사의 주체가 누구인지,구체적 결과수치는 어떤지는 베일에 가린채 반김진영의 유력한 논거가 되기도 했던 이런 소문이 김 대표진영을 크게 자극했음은 물론이다.
그러자 지금껏 이런 소문들을 반김진영의 「마타도어」라며 일축하던 김 대표측은 6일 『정보기관이 한국갤럽에 의뢰,청와대에 보고한 자료』라는 토를 달아 「차기 대선후보지지도」란 문건을 공개했다. 그 내용은 떠돌던 얘기와는 정반대로 김 대표지지도가 예상 야당후보들을 합친 것보다 높았다.
실제 이 자료는 본사가 지난주 여권당국자로부터 입수했었으나 보도시기와 내용의 미묘함때문에 유보했던 것이기도 했다.
이 시점에서 어느 진영의 주장이 옳으냐를 가리는 것은 섣부른 일이며 그럴 필요도 없다. 그렇지만 꼭 짚어야할 것은 「페어플레이」 「축제분위기」를 말하던 경선양상이 입장에 따라 객관적 수치마저 멋대로 해석하는 이전투구화 하고 있다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김 대표진영이나 반김진영중 어느 한쪽은 사실을 왜곡했다는 점이다. 집권당 사상 첫 후보 경선을 주장하려면 경선마당에 흙탕물을 퍼부은 쪽을 명백히 밝혀 당은 물론 국민의 준엄한 심판에 맡겨야함은 두말할 나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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