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왕 방중실현 노려… 엔화차관 겨냥뜻도/일선 “아쉬울것 없다”… 적극적 협력 없을듯【동경=문창재특파원】 강택민 중국공산당 총서기의 공식 일본방문은 천안문사건 이후 3년간 온 세계로부터 따돌림을 당해온 중국으로서는 서방세계와의 관계정상화라는 큰 의미를 지닌다.
중국은 지난 3일 폐막된 전국 인민대표자대회(전인대)에서 개혁·개방정책의 드라이브를 재확인한 직후이고,오는 9월 일중국교정상화 20주년을 앞두고 있다. 그는 일본나들이가 국제정치무대의 주목을 끄는 것은 이같은 시의성때문이기도 하다.
반면 일본정부는 『현안타결을 기대하기보다는 정치적 대화에 의의가 있다』는 말로 친선도모를 강조하고 있다.
언론매체들이 예상보다 차분한 태도를 취하는 것도 정부의 그런 생각의 반영인것같다.
현재 중국과 일본사이에는 겉으로는 큰 현안이 없다. 그래서 이번 강 총서기의 방문에는 아키히토(명인) 일왕의 중국방문 문제가 초점이 되어 있다.
그동안 여러차례 공식채널를 통해 일왕의 중국방문실현에 강한 기대를 표해온 중국측은 이번 기회에 정식으로 이 의사를 전달함으로써 「올가을 방중」약속을 받아내려한다. 뒤이어 국가주석인 양상곤이 일본을 방문함으로써 국가원수의 상호방문을 실현시키려는 것이다.
중국이 집요하게 원수의 교류를 염원하는데는 크게 두가지 노림이 있다. 천안문사태 이후 3년간의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려는 정치적 목적이 첫째이다. 그 다음은 개혁·개방에 소요되는 막대한 자금과 일본의 기술지원을 얻으려는 것이다.
양국 원수의 교류가 실현되면 일본의 적극적인 협력을 기대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중국경제는 현재 「3대난제」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첫째는 약 1조7천7백억원(91년)에 달하는 재정적자,두번째는 국영기업에 생산효율의 영세성,셋째는 농업생산성 정체이다.
이같은 고질적 난제를 해결하려면 엄청난 「엔화」차관이 필요하다. 농업기반과 사회자본정비에 필요한 제3차(90∼95)엔차관 8천억엔(4조7천억원)의 조기도입 및 제4차분의 결정이 시급하다. 또 일본이 검토중인 제3차 에너지차관을 확보해야한다.
민간기업의 투자와 기술이전도 절실한 현안이다. 수출전략산업으로 책정한 전기 전자 패션산업을 일정궤도에 올려놓으려면 일본 기업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와반대로 일본은 그리 아쉬울것이 없다. 일왕 중국 방문문제에 한동안 큰 관심을 표명했던 일본정부는 최근 신중론으로 여론이 기울자 「정치적 대화」 이외에 큰 의의를 부여할 수 없다는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지난 2월 센가쿠(첨각) 제도의 영유권문제가 찬물을 부은것이다. 중국이 일방적으로 이 섬들을 자국 영토라고 영해법에 못박은 사실이 전해지자 『중국보다는 한국이나 미국을 먼저 방문해야 한다』는 소리가 되살아났다. 급격한 일중관계의 개선을 원하지않는 미국의 태도에도 영향받은것같다.
이같은 분위기를 전하듯 강 총서기가 도착한 6일 온종일 동경의 중국대사관 주변은 우익단체들의 가두선전차 스피커소리가 시끄러웠다. 강 총서기의 일본방문을 반대하는 우익단체의 차량은 2백여대나 됐다. 그들은 어김없이 센가쿠제도문제를 이유로 경제적 지원을 중단하라고 외쳤다.
기술자 출신인 강 총서기는 일본방문중 산업시찰일정을 빽빽하게 짜놓았다. 일왕중국방문실현에 맞춘 실리외교의 일환이다. 그러나 일왕방중 약속이 실현될지 조차도 의문이어서 실리외교가 열매를 거둘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