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마찬가지로 차기대통령 후보경선이 한창인 미국조야에서 최근 고위공직자들이 누려온 특권이 여론의 심판대에 올라 있다.주로 언론의 잣대에 의해 해부되고 있는 미국의 「특권시비」는 각부 장관을 비롯,국가원수인 현직 대통령까지도 특권남용에 대한 여론재판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물론 정치군사대국을 자처하는 미국에서도 직업윤리나 직권남용에 대한 규정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 엄격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고위공직자들이 유무형의 달콤한 특혜에 빠져든 것은 가뜩이나 바닥권을 헤매는 부시 행정부의 인기를 더욱 떨어뜨릴 공산이 크다.
부시 대통령의 후광아래 팍스아메리카나시대의 세계외교무대를 누비고 있는 제임스 베이커 미 국무장관도 예외일 수 없다.
미 회계감사원(GAO)이 최근 발표한 조사결과에 의하면 베이커장관은 11차례의 비공식적인 여행에 군용기를 이용,37만1천5백99달러의 국민부담을 초래했다. 마거릿 터트와일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베이커 장관의 이같은 특혜시비에 대해 지난 3일 즉각 조사결과를 공개하면서 『직무수행의 특성상 군용기를 이용했으나 앞으로는 가급적 민간항공기를 탈 것』이라고 둘러댔다.
세계를 무대로 뛰는 미 국무장관이 9인승의 소형 C20군용기를 잠시 사용했다는 이유로 특권시비에 말려든 것이다. 베이커장관은 국무부 대변인의 진상발표와 함께 민간항공기편으로 개인여행을 떠나 자신의 결단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96년 차 차기 대통령 후보감으로 일찌감치 떠오른 베이커 장관의 입장으로는 이번 특혜시비가 두고두고 그의 발목을 잡을 악재임은 말할 나위 없다.
사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국내정치에 실패한 부시 행정부는 지난해부터 유무형의 각종 특혜시비에 시달려 왔다.
존 수누누 전 백악관 비서실장이 재직 당시 베이커처럼 특권을 남용한 사례가 지난해 언론에 폭로되자 부시는 대통령 고위참모들의 관용비행기 사용에 대한 새로운 규제조치를 전격 단행했다. 물론 수누누도 해임됐지만 뒤끝은 깨끗지 않았다.
여기에 미 대통령의 실제 여행경비가 매년 1억3천만달러를 훨씬 웃돌 것이라는 한 민주당 의원의 정치공세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여론 앞에 성역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민주사회의 기본임을 새삼 실감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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