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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경선의 원칙/이성춘 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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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경선의 원칙/이성춘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2.04.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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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8월7일. 마이애미에서 열린 미 공화당의 대통령후보지명 대회장.1만2천여명의 대의원과 방청객들이 꽉 들어찬 대회장은 3만여개의 풍선과 피켓이 어우러진 가운데 나팔소리 밴드연주 지지후보를 연호하는 고함소리 등으로 종일 흥분과 광란의 분위기를 이루었다. 하오 5시께야 12명의 후보가 25분씩 정견발표를 했고 다음날 새벽1시15분부터 주별투표에 들어갔다.

투표시작 40여분도 안돼 예상을 깨고 닉슨 전 부통령이 지명에 필요한 과반수를 넘게 득표하자 록펠러 뉴욕주·레이건 캘리포니아주 지사는 패배를 인정,닉슨지지를 선언했다.

두 경쟁자가 닉슨지지를 선언하는 순간 바로전까지 치열했던 경쟁분위기는 뜨거운 박수로 모두가 한덩어리를 이뤘다. 결국 단합분위기를 등에 업은 닉슨은 끝내 대권본선서 민주당의 험프리를 꺾고 37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우리는 지난 40여년간 미국과 같은 대통령 중심제를 채택해 왔으면서도 여당의 경우,후보지명대회를 지극히 비민주적인 관제행사로 치러왔다. 자유당 공화당 5공때 민정당 등은 사전계획되고 강제된 만장일치로 대통령후보를 지명했다. 박수마저 예행연습을 할 정도이니 축제가 아닌 딱딱한 기념식 이어서 당의 단합은 커녕 자생력도 국민지지도 생겨날 리가 없다.

반면 야당은 신통하게도 자유경선 방식으로 대통령후보를 지명하는 전통을 확립했다. 가장 극적이었던 때는 1959년 11월26일 민주당의 조병옥 대표최고위원과 장면 부통령이 제4대 대통령후보지명을 놓고 벌였던 한판승부. 투표 결과는 4백84표 대 4백81표. 3표차로 조씨가 간신히 이긴 것이다. 순간 조씨는 『부끄러운 표차의 승리로는 본선에 나설 수 없다』고 사퇴를 밝혔다. 이에 장씨는 『단 1표가 더 많아도 분명히 승리한 것이며 이것이 민주주의 아닌가. 모두 조 후보를 앞세워 대선을 승리로 이끌자』고 호소했고 이를 지켜본 대의원들은 박수와 함성으로 단결가 승리를 다짐했다. 참으로 영원히 기억될 값지고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집권당­민자당이 여당사상 처음으로 대통령후보의 자유경선 지명방침을 천명하여 요즘 여당은 총선패배도 잊은채 지명경쟁으로 무척 어수선하다. 관제기념식,즉 강제된 박수로 일관해오던 관례를 깬다는 점에서 상당한 발전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자유경선을 제대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키고 갖춰야할 원칙과 전제조건이 있는 것이다.

첫째 후보지명 과정이 철저하게 공개적이고 민주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자격이 있는 당원은 누구나 나서고 공명정대하게 실시돼야 한다. 밀실 또는 막후에서 담합이나 흥정에 의한 추대는 배격돼야 한다. 둘째 반드시 투표로 결정해야 한다. 설사 1명만이 나왔다해도 표로써 신임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무작정의 만장일치는 결코 당원들의 가슴을 움직이게 할 수 없는 것이다.

셋째 지명전에 나서는 인사는 국정전반에 대한 견해,즉 정견을 밝혀야 한다. 통일·외교문제에서 경제정책과 교육 청소년육성 치안 교통 등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인 견해­공약을 제시할 의무가 있다. 장차 국가경영과 국정개혁에 대한 철학과 비전도 제시하지 않고 그저 대권도전에 나선다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 아니할 수 없다.

넷째 지명대회전에 당 또는 중요민간단체 주최로 후보들을 초청,각 현안에 대한 공개토론의 기회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해서 당원과 국민들이 후보각인의 인물됨과 생각들을 측정할 수 있게 해야한다. 끝으로 후보들은 투표결과에 반드시 승복토록 해야 한다.

후보지명대회는 단순한 당내행사가 아니다. 공정하고 민주적 방식으로 결정함으로써 국민적 행사로 끌어올려야 한다.

미국의 대다수 유권자들은 각당의 후보지명대회 과정을 보고 본선때의 투표대상을 점찍는다는 사실을 민자당은 깊이 새겨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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