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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에서 대중소설까지 폭넓게 섭렵/타계한 소설가 이병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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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에서 대중소설까지 폭넓게 섭렵/타계한 소설가 이병주씨

입력
1992.04.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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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5월」 「지리산」등 독특한 필치로3일 타계한 원로소설가 이병주씨는 일제 강점기부터 최근에 이르는 긴 체험을 바탕으로 우리 근·현대사의 이면과 진실을 독특하게 그려낸 언론인 출신의 역사소설가이다.

일본 명치대 문예과와 조도전대 불문과를 나온 그는 일제말에는 중국에 일제의 학병으로 동원돼 장도영 전 육군대장과 교우하는 등 광복후 정·군·관계 인사들과의 폭넓은 인간관계를 가져왔다.

작가로서의 본격적 작업은 국제신보 편집국장과 주필을 역임한 후 데뷔작인 「소설 알렉산드리아」를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약 10만여매에 달하는 그의 문학은 장편소설 「소설 장자」등 고전을 재 해석한 소설에서 대중소설에 이른 넓은폭을 넘나들었지만,언론인 출신다운 특유의 감각과 광범한 인간관계를 바탕으로한 「현대사 이면 소설」류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거두었다.

5.16후 군사정권이 들어서자 이전의 노동조합운동과 신문사설이 문제가돼 구속되기도한 그는 이후 제1공화국을 해부한 장편소설 「산하」 5·16 군사쿠데타와 제3공화국의 부당성을 통렬히 비판한 「그해 5월」 등을 발표했다. 특히 90년에 발표한 장편 「그를 버린 여인」에서는 인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전력을 암시적으로 비판해 화제를 모았다.

87년 민주화 흐름을 겪고난 그는 근대사에 대한 나름대로의 안목을 광복후 사회주의 운동에 초점을 맞춰 대하소설 「지리산」을 펴내기도 했다.

이씨의 문학은 그러나 현대사의 모순을 해부하고 새 비전을 제시하는 점에서는 미흡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며칠간 밤을 새우는 정력과 박진감 있는 문체로 하룻밤에 2백자원고지 2백여매를 소화하는 속필이었지만,그는 기본적으로 역사를 관조적으로 응시했으며 단순한 기록자의 입장에 머물렀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발표한 「대통령들의 초상」에서 「12.12는 도저히 쿠데타일수 없다」며 전두환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듯한 인상을 비친 그는 89년 말 당시 백담사에 머물고 있던 전 전 대통령을 단독 대좌하고 90년 도미후에는 「소설 제5공화국」을 집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77년 중편 「낙엽」으로 한국문학작가상,「망명의 늪」으로 한국창작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한 그는 「예남 풍물지」 「소설 남로당」 「바람과 구름과 비」 등 단행본 80여권 분량을 남겼는데 도서출판 서당(대표 이종치)에서 전집을 펴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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